신약의 대부분이 부유한 국가들을 위해서만 만들어지고 있다.
9일 APㆍAFP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975~1999년 승인된 1,400개의 새로운 의약품 중 단지 1%만이 돈이 없는 빈국들의 질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정작 가난한 국가들에 절실한 백신은 개발되지 않는 등 신약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아프리카 대륙은 속수무책으로 질병의 소굴로 변하고 있다. 경제 부국들이 백신연구를 위해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국제기금을 조성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국민 질병 퇴치를 위한 신약 개발에만 쓰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방역과 감염 의심자 관리도 엉망이어서 말라리아와 콜레라 때문 만으로 수백만 명이 죽음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10월 앙골라에 출현한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는 339명이 감염돼 335명이 숨지는 높은 치사율을 보이며 계속 퍼지고 있으나, 부국들은 백신개발은 물론 전염 방지에도 소극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콩고의 에볼라 바이러스, 인도의 소아마비, 세네갈의 콜레라 등 24개 주요 질병에 대한 감시에 들어갔지만, 제약업계는 여전히 돈벌이가 되는 부자나라 환자용 신약 이외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헬렌 리 박사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약은 돈벌이가 되는 시장을 위해서만 개발된다는 것”이라며 “의학 연구는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곳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다 못한 인도주의 단체들은 부유한 국가들이 무관심에서 벗어나 빈국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기를 촉구했다. 노벨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한 의사, 과학자, 국제구호단체들은 8일 빈곤국형 질병 연구를 위해 30억달러를 모금하는 국제 캠페인 지원에 나섰다.
캠페인은 빈국에서 하루 3만5,000명을 앗아가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6개 질병의 신약ㆍ백신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이 질병연구에 필요한 연간 30억 달러는 세계적으로 매년 건강증진과 약품 개발에 투입되는 1,060억달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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