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논의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뜨거운 감자’인 북한 인권문제를 조용히 풀어간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게 돼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온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신념과 미국의 보수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 동안 국무부 인권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강력히 비난해왔다. 지난해 9월 미 의회는 탈북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법을 제정, 압박을 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올해 집권 2기를 맞아 전세계 민주주의의 확산을 대외정책의 주요 목표로 내세웠고, 북한 인권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제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탈북자 출신 한국기자가 쓴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된 서적을 참모들에게 추천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굶어 죽는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ㆍ외교적 해결이라는 합의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대통령은 북한 인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남북이 서로 맞대고 있는 특수성을 설명하며 미국의 세심한 접근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미 정상의 북한 인권 문제 거론은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에 또 다른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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