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연주자가 아닌 의사들이 현악사중주단을 만들었다. 이름은 ‘닥터스 현악사중주단’. 3년쯤 됐다. 한 달에 두어 번 모여 연습하다가 내친 김에 연주회를 하기로 했다. 12일 오후 3시 금호리사이틀홀에서 이들의 첫 무대를 볼 수 있다.
치과 의사 이건일(41ㆍ제 1바이올린), 안과 의사 이인식(40ㆍ제 2바이올린), 성형외과 의사 진훈(39ㆍ비올라), 연세대 의대 교수 용태순(46ㆍ첼로)씨. 대학 시절부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함께 음악을 해 온 오랜 친구, 선후배 사이다.
아마추어의 첫 무대치곤 선곡이 야심차다. 베토벤의 초기 걸작인 현악사중주 2번 ‘인사’, 현악사중주의 명곡인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칸’, 그리고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강렬한 스케일의 그리그 현악사중주 1번의 1악장을 연주한다.
“프로처럼 잘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아무리 학예회 수준의 발표라고 해도 보러 오신 분들께 실례될 정도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재미있기도 하구요.”(이건일)
이들은 평소 모여서 연습 마치고 술 마시면 음악 카페 같은 데서 ‘음주 연주’를 감행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식 공연이다 생각하니 아무래도 긴장이 되는지 첼로의 용태순 교수가 며칠 전 꿈을 꿨다. 이들을 지도해 주는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조윤범씨가 나타나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연주 되게 못하네” 그러더란다.
이번 일요일이면 흰 가운 대신 연주복을 차려 입고 무대에 설 네 사람은 요즘 거의 매일 밤 명동의 이인식씨 병원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의 열정은 때로 프로보다 아름답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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