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10일 부당 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손 전 회장에게는 별도로 벌금 400억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내세우는 그룹 전체의 이익, 경영권의 안정이라는 명분만으로 계열사나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범법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사재출연 등을 통해 응분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 점,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주주나 경영자의 전횡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요구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해온 점을 고려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과거의 잘못보다는 장래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이같이 선고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등 함께 기소된 SK그룹 임원 8명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징역 1~3년에 집행유예 2~4년을 선고했다.
최 회장은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및 이면계약을 통한 주식거래로 계열사에 1,00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손 전 회장은 SK해운 자금 7,800억원을 선물투자에 사용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각각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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