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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밥솥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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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밥솥 정치’

입력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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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최근 전국의 주부들에게 300만 개의 중국산 전기 밥통과 압력 밥솥을 공짜로 나눠 줬다.

여름철 전력 난을 대비해 전기를 덜 쓰는 제품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서다. 언뜻 보기에 경제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지만 실제 쿠바 경제는 지난해 3% 성장률을 기록했고 앞으로 2년 동안 4% 이상의 성장률이 전망될 정도로 호황세다.

‘공짜 밥통ㆍ밥솥’에는 쿠바를 한동안 옭아맸던 미국 경제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는 카스트로의 뜻이 담겨있다. 1990년대 쿠바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던 소련이 사라지면서 쿠바 경제는 얼어붙었고 ‘적국’ 미국의 자본에 문을 열고 말았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국이 하라는 대로 시장주의식 경제 개혁을 추진해야 했다.

중국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하면서 카스트로에게 활로가 열렸다. 쿠바는 니켈을 주는 대신 중국으로부터 5억 달러의 투자를 따냈다. ‘카스트로의 제자’차베스 대통령은 매일 9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거의 공짜로 주고 있다. 4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를 쿠바에 설립하기도 했다. 여기에 쿠바의 관광 수입 또한 매년 늘고 있다.

미국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인지 카스트로 의장은 최근 들어 부쩍 쿠바식 사회주의 경제로 돌아가고 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중고 서적 판매상, 자물쇠 제조공, 마술사 등 일부 자영업자의 수를 줄이고 최저 임금을 두 배로 늘렸다.

쿠바 내 외국 기업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 이래 매주 3개 이상의 외국계 업체가 쿠바에서 철수하고 있다. 중국과 베네수엘라만 너무 믿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카스트로는 그저 웃는다. 쿠바 해안에 묻혀있는 석유 때문이다. 최근 중국, 스페인, 캐나다 등이 쿠바 유전 개발에 관심을 보이면서 쿠바의 인기는 상종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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