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
기자들이 청년실업 대책에 대해 묻자 한 부총리는 “잘 나가는 대기업에만 취직하려는 젊은이들의 눈높이부터 낮춰야 할 것 같다”며 먼저 청년들을 나무랐다. 중소기업에서 치열하게 경험을 쌓거나 창업 전선에 뛰어들려는 도전적인 청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한 부총리의 화살은 이어 대학과 기업에게 돌아갔다. 대학은 일자리도 못 구하는 인재를 양성했으니 큰 책임이 있고, 기업은 기업대로 산_학 연계 취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았으니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부총리의 말은 끝내 집안의 부모들에게까지 닿았다. “(청년 실업자들에게) 용돈 쥐어주고 결혼할 때 집까지 얻어줘 부동산 문제를 야기하는 부모들도 문제입니다…”
부총리는 그리고 이렇게 강변했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정부를 비난하라.” 정부책임은 최후순위라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4월 현재 20대 실업자 수는 34만8,000명에 달하고 실업률은 7.6%로 4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이 해결의지를 거듭 천명하기는커녕 공개석상에서 ‘탓할 곳’을 열거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날 부총리의 언사는 얼마전 “청년실업은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해 논란이 일자 “뉘앙스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던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해프닝을 연상케 한다. 정부가 국민은 실제로 관심도 없는 탁상 공론에 매달리느라 청년실업문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할 사안’으로 이미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이 정부당국자들에게서 항상 먼저 보고 싶은 것은 문제의 해결의지와 자세이다.
김신영 경제과학부기자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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