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0일 미국 정부의 논평은 북한 핵 문제와 한미동맹 등 핵심 의제에 대해 양국의 공통분모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국무부나 국방부 모두 양국의 일치된 입장과 맹방, 우방임을 부각하면서 이견이 공론화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숀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가 6자 회담의 명시된 목표이자 우리가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 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여러 입장 중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최대 공약수로 뽑아낸 것이다. 그는 “우리는 긴밀한 우방이자 맹방의 지도자와의 의견 교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한미관계의 이상 징후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미국을 찾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이런 기조는 한미 동맹에 대한 불만의 진원지로 꼽힌 미 국방부의 이례적 논평에서도 이어졌다. 국방부는 논평을 통해 한미 동맹을 양국의 ‘사활적 이해’로 표현하면서 “양국은 더욱 포괄적, 역동적 동맹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 관리들에게서 한미 관계에 대한 거친 언사가 쏟아지고 있다는 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국방부의 불 끄기 성격의 발표로 보인다.
미 언론도 노 대통령의 워싱턴 행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북핵 문제에서 단일한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AP 통신), “50년 동맹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노력”(블룸버그통신) 이라고 분석하면서 두 정상이 이견을 뒤로 제쳐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양측의 호흡 맞추기는 점점 엇나가는 양국 입장의 현주소를 역설하고 있을 수도 있다. 워싱턴에서는 미 정부 내부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한국 정부가 부인하긴 했지만, “노 대통령이 외교적 수단이 소진할 경우 보다 강경한 대북강압 조치에 찬성할 것임을 부시 대통령에게 확약할 것”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는 이런 강경 기류를 담고 있다. 최근엔 싱크 탱크를 중심으로 미국이 ‘선한 경찰’, 한국이 ‘악한 경찰’을 맡아야 북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역할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작계 5029, 동북아 균형자론 등 동맹의 새 척도로 여겨지는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통해 이견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측은 한국의 ‘이견’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회담은 두 정상이 양국의 이견을 어설프게 꿰매는 차원이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동맹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