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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作 '물보라' 국립극장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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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作 '물보라' 국립극장 무대에

입력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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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들에 다가서는 떨림을 유추해 낼 본디 색깔의 무대”라고 작ㆍ연출자 오태석(66)씨는 말했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티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 제 4편 ‘물보라’의 주인공으로 그가 국립극장에 다시 섰다.

그 ‘떨림’이란 이를 테면 노한 해신을 달래기 위한 한 판의 굿, 아낙들의 수다, 극장 안을 가득 메우는 우리의 소리 등 들을거리에서 오방색으로 물들인 닥종이 한복 등 볼거리까지 모두 아우르는 오태석 박물학의 현현이다.

충남 서천 어느 어촌 마을의 일견 평화스러워 보이는 일상 아래 똬리 틀고 있는 애증과 부정, 그리고 화해의 이야기다. 1978년 이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오씨는 끊임없는 개작을 거치며 당대와 만나 왔다. 무지렁이들의 성정, 그들의 일상을 촘촘한 그물코처럼 엮은 작품은 토속성이 어떻게 현대와 만날 지의 모범 답안이었다.

살아 있는 자들에게 빙의(憑依)처럼 다가오는 무수한 소문들, 바다에서 죽은 이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벌어지는 현란한 만선제, 그 뒤에 펼쳐지는 박수무당과 마을 여자들간의 은밀한 농탕질 등의 소재는 토속미를 내세우며 뒤를 잇는 유사 드라마의 전범이었다.

이번 무대는 창작 당시의 정황에서 너무나 멀어진 현세대를 위해 감각적 장치에 많은 힘을 쏟았다. 무형문화재 25호인 진도씻김굿의 고풀이 장면을 원형대로 재현하기 위해 박병천씨 등 해당 분야의 예인들이 다 모였다.

유달리 이번 무대에 사실감이 넘치는 이유다. 오씨는 “당시 우리 생활 성정 가운데 아름다운 것들만 끌어내고 싶었다”며 “예를 들어 고풀이 대목은 초연때는 없었으나 요즘 젊은 세대에게 조상들이 죽음과 삶을 어떻게 꾸려 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정성껏 만든 대목”이라고 말했다.

말마따나 이번 무대는 전통 유희의 재발견이라 해도 좋을 법하다. 아낙들의 수다나 젯상 준비 장면 등 5일장 같은 시끌벅적한 상황속에서도 무대는 하나의 그림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 온다. 우리 성정의 고갱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데 역량을 쏟아 온 그가 지금 세대를 위해 시청각적 외연을 확장한 결과다.

오씨와 30년 연극 지기로 이 작품에 출연하는 전무송(65)씨는 “초연 당시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대사가 많이 바뀌어 현대 젊은이들도 쉬 이해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선주(船主) 역으로 나와 노련한 연기를 보여주며, ‘쇠뚝이 놀이’ 이후 30여년만에 이뤄진 오씨와의 만남을 즐기고 있다. 오씨는 “배우로서 담금질을 게을리 않는 노력의 자세가 반가울 따름”이라며 “세월의 두께를 느낄 수 있는 배우”라고 전씨에 대해 말했다.

끊임없는 개작 덕에 토속어는 더 흐벅져 지고, 볼거리는 보다 풍성해졌다. 연출자는 “무대를 보고 보는 사람마다 생각들이 다 달라도 좋으니, 객석 스스로 느끼는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희곡보다 간략해진 데다 더 과감한 생략과 비약으로 제의적 의미를 강조한 이번 무대가 이 시대 공동체의 문화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염원이다.

무당을 업으로 하는 형제의 우애를 그린 작품 ‘용호상박’을 오는 연말 상연할 요량으로 준비중이다.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7시 30분, 일 오후 4시 2280-4115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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