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관련주와 제약주 등 바이오 열풍이 코스닥을 과열로 몰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이성적 열기가 1999, 2000년의 ‘닷컴 버블’처럼 큰 후유증을 남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술적 지표들은 여러 측면에서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9일 줄기세포 테마주에 대해 대대적인 특별심리에 착수한 것도 또 다른 버블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단기 투기꾼들을 제외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증시를 이탈하고 있는데다 과거 교훈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어, 거품이 꺼지더라도 당시처럼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8일 코스닥시장에서는 거래대금이 2조6,000억원을 넘기면서 2002년 5월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회전율은 6.2%로 2001년 5월 이래 최고 수준이다. 1999년 말~2000년 초 코스닥지수가 닷컴 버블의 영향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기도 하다.
코스닥 주도주의 경우 주가가 현재 기업의 수익성과 상관 없이 미래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하다. 2000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겨우 11억3,000만원의 순이익을 냈지만(주당 순이익 87원) 주가는 29만8,000원까지 올랐다.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하면 무려 3,425배나 된다. MSCI 자료에 따르면 닷컴 버블이 꺼진 2001년에도 국내 인터넷 업종의 PER은 100배 이상이었다.
최근 줄기세포ㆍ바이오 테마의 주도주인 산성피앤씨 코미팜 조아제약 등도 PER이 무려 200~900배에 이른다(지난해 말 실적 및 현재 주가 기준). 물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른 기업들의 PER이 한두 자릿수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고평가된 셈이다.
서울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을 90년대 이후 3번째로 찾아 온 ‘5년 주기 성장주 붐’이라고 표현했다. 박 연구원은 “95년의 기술주 붐, 2000년의 닷컴 붐에 이어 바이오 붐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성장주 붐 이후 대세가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향후 장세에 대해 우려를 자아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3차례의 성장주 붐은 모두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시기와 겹쳤는데, 이 영향으로 미국의 GDP 성장률과 국내 수출증가율이 동반 하락해 버블은 붕괴되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번 바이오 거품이 붕괴된다면 역시 그때와 같은 상처를 남기게 될까. 전문가들은 바이오 거품이 꺼질 경우 당연히 시장이 조정을 받겠지만, 그 후유증이 닷컴 버블처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들까지 뭉칫돈을 들고 장내ㆍ외 주식을 가리지 않고 투자했던 반면, 현재 바이오 버블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분초를 다퉈가며 매수ㆍ매도 주문을 내는 소수 초단기 투자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질예탁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제한된 규모의 금액으로 회전율만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과열 종목들이 하락 반전해도 투자자들의 투자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다른 우량주들이 동반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옥석이 가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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