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환희로 점철된 한국의 ‘월드컵 오디세이’는 악몽이라는 이름으로 그 서막을 연다. 1954년 한국축구팀은 전후의 잿더미속에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축구공 하나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목표 하나로 스위스 월드컵 본선무대로 떠났다. 하지만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완패, 잔뜩 고개 떨군 채로 고국 땅을 밟았다. 이후 수차례 월드컵 본선 문을 두드렸지만 ‘꿈의 무대’는 한국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기회는 왔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 32년 만에 1986년 멕시코 대회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환호는 이내 장탄식으로 바뀐다. 1무2패로 예선 탈락한 것이다. 4년후 한국은 이탈리아 대회에 출전했지만 3전 전패의 수모만 안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암흑의 터널은 길었다. 94년 미국, 98년 프랑스 대회 출전 자격을 따내면서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매김했지만 본선 무대만 밟으면 번번히 맥없이 무너졌다. 특히 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로 참패, 대회 중 감독 경질이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칠흑의 어둠을 뚫고 나온 햇살은 눈부셨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은 한국축구가 영원히 잊지 못할 해가 됐다. 조별 예선 첫 경기 폴란드 전에서 월드컵 첫승(2-0)을 따낸 한국은 이후 미국과 1-1 무승부, 포루투갈에 1-0 승리를 거두며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진출, 한국 축구의 벅찬 새날을 열었다. 질풍노도가 된 태극전사는 축구 강호 이탈리아, 스페인을 거푸 격파하며 꿈의 4강 무대에 입성했다. 그 해 6월 한반도는 붉은 함성으로 떠나갈 듯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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