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의 비협조적 자세가 계속될 때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는 한미동맹 관계의 조율이 매우 험난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 파문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 “관련 보도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조추세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한미동맹이 실무자 한 두 명의 발언에 좌우될 만큼 취약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롤리스 부차관보가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롤리스 부차관보는 지난달 말 주미 한국대사관을 찾아 동북아 균형자론이 한미동맹과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개념계획 5029 등과 관련한 미국측 불만을 밝혔다. 특히 그는 6일 방한해 미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측근인 롤리스의 이런 행보는 한미정상회담 전 한국을 최대한 압박,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지역 분쟁 발발시 주한미군의 이동에 반대하는 한국에 경고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담당하는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의 최근 방미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관측통들은 직선적인 성격의 롤리스 부차관보가 ‘총대’를 맨 것으로 관측하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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