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버블위험을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금리인상이나 부동산 담보대출 총액규제 등 강도 높은 투기억제대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가격급등은 경제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한은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총액자체를 묶는 방법 등을 거론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은행 부동산담보대출 총액규제의 경우 서울 강남과 분당 용인처럼 집값이 이상급등하는 지역, 혹은 1가구2주택 이상인 다주택 보유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을 금지·제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은은 ‘아직은 이런 수단을 동원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금리인상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 전반에 더 찬 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선택이 쉽지 않다.
박 총재도 “내수회복 지연으로 경기는 아직도 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연간으론 4% 안팎에서 성장하더라도 체감경기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금통위도 이날 6월 콜금리 목표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했다.
부동산 담보대출규제 효과 역시 미지수이며, 당장 가계대출외엔 마땅한 자산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권의 반발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부동산가격 움직임을 정부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일부 지역에 한정된 국지적 문제로 보고 있지만, 한은은 ‘버블은 확산되는 생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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