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주문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핵 문제에서 미측은 한국에 보다 단호한 목소리를 낼 것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AFP 통신은 미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이 “두 정상은 북핵 문제를 제어하는 데 보다 분명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을 6자 회담에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여줄 것을 요청해야 할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양측이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언론 발표문을 내지 않기로 합의한 이면에는 실무적인 이유 외에도 일치된 입장을 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난제가 깔려 있다.
미 정부 내에선 언제까지 성과없는 6자 회담을 끌고 갈지를 두고 강온파의 격론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이 6자 회담 재개의사를 미국에 통보함으로써 강경론이 득세할 여지가 다소 줄긴 했지만 북한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때 우리가 내놓은 제안에 대해 실질적이고 진지한 방식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이것이 우리의 초점”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이런 분위기는 회담 재개가 지연되거나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때 “이제는 북한을 재제할 때”라는 목소리가 언제라도 터져 나올 여지를 남기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인하기는 했지만 “수 주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던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의 6일 발언은 미 정부 내의 강경론을 함축하고 있다.
북한 붕괴를 가정한 작전 계획과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론 등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국측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 관리들은 회담을 앞두고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동북아 균형자론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원안대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한국측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미리보는 한미 정상회담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최근 10년 내 가장 중요한 한미정상회담”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회담의 비중에 비해 일정과 격식은 역대 대통령의 방미 회담 중 가장 간소하다. 대통령의 외국방문 형식은 의전과 경호 수준에 따라 국빈 방문(state visit),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 등 크게 세 가지인데 이번은 의전보다는 업무에 비중을 두는 실무 방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워싱턴 체류시간이 25시간으로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에 있는 시간(28시간45분)보다 짧을 정도로 간소하다. 대신 회담 시간은 2시간으로 결코 짧지 않다.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면담 외에는 일정을 잡지 않았다. 공식 수행원은 반기문 외교장관, 이상희 합참의장 등 10명으로 제한하는 등 수행원 규모도 최소화했다. 양국 정상은 공식 성명도 채택하지 않고 간략히 언론에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두 정상은 10일 낮 오찬 전에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5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10여분간 언론에 결과를 설명한 뒤 1시간 동안 오찬을 겸한 2차 정상회담을 다시 갖는다.
북한이 최근 6자회담 복귀의사를 미국에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두 정상이 어떤 북핵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되고 있다. 때가 때인지라 깊은 논의가 오가겠지만 상당 부분은 공개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대북 강경책에 대한 논의 가능성도 있다.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점검도 있게 된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명하고 ‘한미동맹 이상 없음’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나 부시 대통령이 흔쾌히 이해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