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1일, 만우절에 꼭 어울릴 것 같은 거짓말 같은 소식 하나가 홍콩에서 전해진다.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자살 소식이었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쓸쓸하고 허망한 표정으로 흐느적거리며 맘보 춤을 추던 그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뉴스는 젊은 날의 종언을 알리는 모스부호였다.
그 뒤 스스로를 ‘장국영 세대’로 규정하는 90학번 소설가 김경욱(34ㆍ울산대 교수)가 장궈룽 자살에 대한 ‘문학적 부검’을 시도했다. 영화부터 게임까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빌려, 이념이 사라진 무중력의 공간에서 한없이 가벼운 몸으로 부유하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려온 그다운 소설쓰기 였다.
계간 문예지 ‘문학동네’ 2004년 여름호에 실린 단편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가 바로 그 것. 장궈룽의 자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소통불능에 대한 두려움을 건조하게 그린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04년 ‘제37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KBS 2TV ‘드라마시티’는 11일 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단막극(극본 인현진)를 방송한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신용 불용자가 되고 이혼까지 한 남자로, PC방에서 일하는 주인공 경민 역은 드라마 ‘부모님전상서’에서 안 교감댁 장남 역을 연기한 장현성이 연기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경민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장궈룽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아가는 수진 역은 신인 김민주에게 돌아갔다. 아울러 가수 김창완이 라디오 DJ로 출연한다.
드라마는 경민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되는 여성을 정체 불명의 이혼녀로 설정하는 소설 방식 대신, 날카로운 사랑의 상처가 남은 라디오 구성작가로 바꾸는 등 원작의 상당 부분을 새롭게 재구성해 대중성을 꾀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정민 PD는 “수 차례 김경욱 작가와 만났다. ‘원작에 얽매이지 말라’고 말해줘 고마웠다”며 “의미를 부여해온 삶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을 때 다시 어디에서 생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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