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아내도 박주영을 편애한다. 박주영 얘기만 나오면 얼굴부터 활짝 피어 오른다. 동작이 민첩하고 골 넣는 폼도 멋지지만, 표정이 그렇게 순진ㆍ순수해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9일 새벽 쿠웨이트와의 경기 후 박주영 인터뷰가 짧게 방영되었다.
그가 자기 얘기보다 “월드컵대회에 나가게 돼서 더 기쁘다”고 말하자, 어린 선수의 도량에 또 한번 감격했다. 하도 좋아해서 “박지성도 있고 박찬호 박세리도 있다”고 박씨 선수들을 열거한 적이 있다. 그러자 아내는 “나는 박주영만 좋아해, 박래부도 안 좋아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초로(初老)로 접어든 아내의 편애가 지나치다.
△ 독일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었다. 온 국민이 축구 얘기로 마음껏 기뻐하는 날, 종씨 선수들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아침 TV방송에서부터 박지성 박주영을 가리키는 ‘2朴’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는 “다른 선수들도 다 잘 했지만…”이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동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박’이 박찬호 박세리와 더불어 운동장을 주름잡는 ‘박씨 시대’가 왔다. '3金 시대’가 끝난 지 2년 만에 찾아온 가문의 영광이다.
△ 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를 가나다 순으로 앉힌 적이 있다. 박씨가 다섯 명이나 되었는데, 한 사람이 재미 삼아 본관을 물었다. 밀양 반남 상주 등으로 본관이 다른 것을 보고 모두 놀랐다.
박혁거세를 시조로 모셔 온 조상에게는 불경스럽겠지만, 이런 농담이 있다. 외국에서는 박(Park)씨에게 두개의 본관이 있다. ‘주차장’ 박씨와 ‘공원’ 박씨다. 물론 ‘박’을 ‘Pak’으로 표기하는 박세리는 예외지만.
△ 사실, 가문 등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지도 않다. 또 좋은 기억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여 년 전 박씨 무슨 종친회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다. 종친회와 관련된, 꽤 비싼, 책을 사라는 것이었다.
거절하자 우악스러운 욕이 돌아왔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지금 바라는 것은, 박지성 박주영 두 박씨가 열심히 뛰어서 월드컵에서 4강 정도의 성과를 재현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선수에게도 같은 바람을 지니고 있지만.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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