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수진(7)이는 벌써 3주째 감기를 앓고 있다. 수진 아빠와 엄마도 역시 목감기를 앓고 있다. 온 집안 식구가 모두 감기에 걸린 것이다.
3주 전 수진이는 콧물을 흘리더니 곧 눈곱이 끼었다. 눈병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아이와 씨름하던 엄마와 아빠도 덩달아 감기에 걸렸다. 수진 엄마는 통증이 느껴져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은 틀린 말이다. 여름 감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여름 감기에 잘 걸린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에서 조사한 결과, 현재 이 병원 어린이 외래환자의 70% 이상이 감기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감기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으로 감기는 외부활동이 많은 어른이 먼저 걸린 뒤 아이들에게 옮긴다. 그러나 여름 감기는 이와 반대다. 아이들이 먼저 감기에 걸린 뒤 부모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여름 감기의 원인은 무엇보다 에어컨 등 냉방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 바깥 온도와 실내 온도차가 커지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다. 냉방기를 가동하면 창문을 모두 닫기 때문에 실내공기도 쉽게 오염된다. 감기는 물론 다른 호흡기 질환도 생기기 쉽다.
아이들이 여름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은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여름 감기의 주발원지가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등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체생활을 하면서 급속하게 감기가 확산되는 것.
여름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주로 리노와 아데노바이러스다. 고열과 기침, 오한 등이 나타난다. 초기에 감기를 잡지 못하면 결막염, 축농증, 중이염 등 합병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폐렴으로 이어져 입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9도 이상 고열 반나절 이상 계속되면 해열제를
요즘 아이들이 과거보다 덩치는 커졌는데 체질은 약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 과거보다 지금 아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왜 그럴까. ‘위생가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위생가설이란 위생 수준이 높아질수록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위생 수준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됨으로써 면역체계가 만들어지고 강화된다. 그러나 너무 깨끗한 곳에서 자라면 면역체계를 만들 기회가 적어 쉽게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감기 등 잔병치레를 많이 하면 면역력도 높아진다. 따라서 의사들은 열이 조금 올랐다고 해열제를 먹이기보다 아이가 땀을 내면서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39도 이상 고열이 반나절 이상 계속되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 두라는 얘기다. 그래야 면역체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면역학자들은 감기를 ‘고마운 병’이라 부른다.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병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면, 물 마시기 등 면역력 키우자
사람의 몸은 안정적일 때 면역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며 잠자리에 들도록 지도해야 한다. 특히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 잠이 모자라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 2세 아이는 13시간 이상, 4세 아이는 11시간, 6세 아이는 9~10시간 자는 게 좋다.
여름이 돼도 놀이터에서 매일 20~30분 정도 뛰놀게 하면 좋다. 심폐기능이 강화될 뿐 아니라 햇볕을 받아 비타민D가 만들어져 면역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면 억지로라도 밖으로 내보내는 게 현명하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물이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 물을 싫어한다면 주스도 괜찮다. 다만 주스 농도는 100% 원액보다는 50~80%로 희석하는 게 좋다.
최근 면역력을 높인다며 아이들을 겨냥한 건강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해독기능이 어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후 먹이도록 한다.
건강식품보다는 영양 균형을 맞춘 식단이 더 낫다. 특히 입이 짧은 아이일수록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야채와 과일을 꾸준히 먹이도록 한다.
웃음은 면역력 강화 최고의 비법
엄마 젖을 먹이면 아이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유 수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정서다. 젖을 먹이지 못해 엄마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정서는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염된다. 불안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다.
엄마의 애정을 담은 피부 마사지도 아이의 면역력을 높인다. 미국 마이애미주립대 피부접촉연구센터의 실험에서 엄마의 마사지를 많이 받은 아기일수록 코르티솔 분비량이 급격하게 줄고 면역력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웃음은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비법이다. 크게 웃으면 대뇌의 변연계(가장자리계)가 활성화되면서 엔도르핀 등 몸에 좋은 호르몬이 늘어나고 코르티솔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면역을 강화하는 물질인 ‘면역글로불린’이 많아지고 활동도 왕성해진다. 또 백혈구의 수가 늘어나고 암이나 세균성 질환에 대항하는 자연살해(NK)세포의 기능도 활성화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아이라면 살살 간지럼을 태우며 웃게 만들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동수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김영훈 삼성서울병원 이상일 교수>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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