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데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우리네 삶은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중국인이 흔히 ‘人在江湖, 身不由己(인재강호 신부유기)’라는 말을 하는데, 세상을 살면 자기 의지대로만 행동할 수는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처세 노련하기로 이름난 그네도 세상살이가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렵고 힘든 길은 피하고 평탄하고 안정된 길을 따라 살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에게만 국한됐겠는가. 한 나라가 태평성대를 꿈꾸는 것도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순탄한 삶을 원하는 대다수와는 달리 역경과 고난을 자신을 단련하는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역경과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승화(昇華)시키는 방편으로 삼는다는 면에서 신기할 정도로 유사한 사고를 갖고 있다. 유명한 가르침을 예로 들어 본다.
맹자(孟子)는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할 때에는 견딜 수 없는 시련을 주어 그를 단련시킨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그 사람은 자신을 떨치고 일어나 큰일을 이루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라도 밖으로는 필적(匹敵)하는 나라와 외환(外患)이 있고, 안으로는 강직한 의견을 내는 집단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며, ‘우환에서 살길을 찾을 수 있고, 안락 속에 죽음의 길이 있다(生於憂患 死於安樂)’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지금도 중국인은 이 문장을 중학생에게 가르치고 있다.
불가(佛家)에도 유사한 말씀이 있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말씀을 옮겨본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또 ‘세상살이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라는 말씀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오,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나는 분명 공통점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것은 역경과 고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라고.
요즘 우리네 살림도 나라안팎 사정도 우리 뜻대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기꺼이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우리를 한 단계 승화시키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박성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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