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목표는 월드컵 본선 무대다.’
축구천재 박주영(20ㆍ서울)이 죽음의 원정 2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축구의 큰 별로 떠올랐다.
박주영은 3일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경기종료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로 본프레레호를 수렁에서 구하더니, 9일 쿠웨이트전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개인기로 4-0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로써 박주영은 이동국 안정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지금까지 A매치 데뷔전부터 2경기 연속 골을 뽑은 선수는 최순호 김주성 정재권 이천수에 이어 박주영이 5번째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은 어쩌면 박주영 스토리의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의 시선은 벌써 1년 후로 예정된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에 고정돼 있다. 박주영은 쿠웨이트전을 마친 직후 “2경기 연속골을 넣어 기분이 좋지만 골보다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된 것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예선과 본선은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한때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고 평가했던 본프레레 감독도 “처음 A매치에 나서는 거라 부담이 컸을 텐데 아주 잘해 줬다”며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를 잡게 됐다”고 흡족해 했다.
박주영은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에 시달려온 한국축구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올초 카타르 초청 8개국 청소년축구대회에서 9골을 기록했고, 올시즌 K리그 FC서울에 입단해 모두 9골(컵 대회 6골, 정규리그 3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단순히 골만 잘 넣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스트라이커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환상적인 드리블과 탁월한 공간 침투 능력, 자신이 원한 곳으로 정확하게 논스톱 슛을 날릴 수 있는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박주영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부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공격라인의 모든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이 박주영에 더 열광하고, 내년 독일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팀 원정경기를 성공리에 마친 박주영은 9일 동료 김진규(20ㆍ이와타)와 함께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 제2탄을 준비하고 있다. 1983년 이후 22년만에 세계 청소년 선수권 4강 기적을 재연하는 것이다. “대표팀에서와 똑같이 청소년팀에서도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하는 박주영이 쏘아올릴 제 2탄이 기다려진다.
쿠웨이트시티=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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