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노조 등 4개 여성단체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한 여성 가장의 한 달 가계부와 매끼 식단을 공개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날 가계부와 식단이 공개된 인천대 청소용역원 박영희(57ㆍ여)씨의 한달 수입은 79만2,000원. 법정 최저임금 64만1,840원을 약간 상회하는 70만원이 박씨가 받는 고정 수입이다. 나머지 9만2,000원은 박씨가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 개인적으로 버는 돈이다.
박씨는 이 돈을 남편 입원비, 자녀 학자금대출 이자 등으로 사용한다(표 참조).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40여분 걸리는 거리를 매일 걸어서 출퇴근한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그나마 일찍 장만한 집이 있어 주거비가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지만 2년 전부터 몸아 아파 입원하고 있는 남편의 병원비(월 20만원)를 감당하기가 힘겹다. 2자녀(1명 대학 졸업, 1명 대학 3년)의 학업은 학자금 대출로 이어가고 있으나 이자 갚기도 벅차 원금은 언제 갚을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박씨의 한 끼 식대는 944.4원으로 계산됐다. 박씨가 한 달 식비(쌀값+부식비)로 지출할 수 있는 17만원을 180끼(하루 3끼, 2인 기준)로 나눈 가격이다. 이 돈으로 먹을 수 있는 반찬(표 참조)은 두부 4조각, 콩나물, 김 6장, 김치가 전부였다.
박씨는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쉴 틈이 없이 일하고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임금을 받고 있다”며 “현행 64만1,840원인 최저 임금을 전체 상용직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인 81만5,1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는 인천의 한 법원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용역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종업원 등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른 사례도 함께 발표됐다. 이혜순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은 “법정 최저임금은 임시직 일용직 시간제 등을 불문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공공기관마저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도 뚜렷한 기준 없이 전년도 임금에 물가상승률 등만 고려해 결정되고 있는데, 다른 선진국처럼 전체 상용직 노동자 평균 임금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한다. 올해는 이달 말 결정돼 9월부터 적용된다. 현재 노동계는 81만5,100원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측은 66만9,000원을 주장하고 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