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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삶이 바뀐다/ 주름살 한국“경륜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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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삶이 바뀐다/ 주름살 한국“경륜 살리자”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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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2000년에 벌써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3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된 ‘고령화 사회’가 됐다. 2018년에는 14%나 되는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40%에 육박,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이럴 경우 2명의 노동인구가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사회정책연구실장은 “고령사회가 되면 국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으로 변신

고령화는 특히 농어촌에서 심각하다. 농촌지역의 노인인구 비율은 도시 지역보다 높지만 정작 노인복지 수준은 훨씬 열악한 실정이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농어촌 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100만명을 넘어 전체 농촌인구의 29.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 16%보다 근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농촌은 이미 거대한 ‘양로원’ 수준이다. 40세 미만 농민은 3만8,000명으로 전체 124만 농민 중 3.0%에 그치고 있다.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인 이들 농촌 노인들은 자식이 곧 ‘노후 보장’이었지만 현실은 변했다. 그렇다고 노후 대책도 별다른게 없다. 정부에서 주는 경로연금인 월 3만~5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농촌 노인들은 자녀와의 동거율도 도시보다 낮다. 노인이 결혼한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는 도시가 41.9%인 반면 농촌은 20.0%(200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불과하다. 노인 단독 세대나 노인부부만의 세대도 도시가 24.6%인데 농촌은 42.9%나 됐다.

농촌 노동력이 여성 노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후유증이다. 2000년 기준으로 전국의 65세 이상 여성 노인인구는 9.1%인데 비해 농촌은 17.9%나 됐다. 남성 노인인구는 전국이 5.6%이고 농촌이 4.4%이다.

노후 대책 안 되는 국민연금

올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04년 전국 노인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에서 ‘노후를 준비했다’고 답한 65세 이상 노인 857명(전체 조사 대상 3,029명) 중 67.2%(이하 중복 응답)의 노후 대비책은 국민ㆍ공무원ㆍ군인ㆍ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등 공적 연금이었다. 이어 저축(38.3%), 부동산 구입(19.7%), 개인연금(4.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공적 연금이 노후 대비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적 연금 가운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금수급의 길이 막힌데다가 그나마 2040년대가 되면 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조사한 ‘국민연금 수급자 수 및 급여액 전망’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436만여명 가운데 수급자는 40만5,000명(9.28%)으로, 이들의 월 평균 급여액은 16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노후의 생활 보장 역할을 하는데 크게 미흡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연금연구센터 김대철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가장 기초적인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제도”라며 “완벽한 노후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노인 질환자 위한 인프라 구축을

정부는 2007년부터 치매와 중풍 등 장기 요양이 필요한 중증 노인을 위해 ‘노인요양보장제도’를 실시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치매 등을 앓는 노인들이 월 수천만원의 보험료와 저렴한 수준의 이용자 부담으로 집이나 요양시설에서 간병 수발 등의 서비스와 의료용구 구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소요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소요 비용으로는 2003년 3조4,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8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노인 요양시설을 확충하고 서비스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우선 매년 100여개의 요양원을 짓고 인력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실현될 지 미지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 등을 이유로 개원을 미루고 있다.

노인요양보장제도 시행 이전에 당장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제도 시행에 앞서 벌인 실태조사에서조차 혼선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무료요양원 317개, 실비요양원이 55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올 2월에는 무료요양원 247개, 실비요양원 37개로 2개월 사이에 무료와 실비 시설이 각 70개, 18개로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요양보장제도 시행하려 하지만 우선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노인 10명중 4명 "학대 경험"

가벼운 중풍으로 아들과 함께 살게 된 서울 토박이 김모(79)씨. 처음에는 아들 부부가 잘 모시더니 갈수록 구박이 심해졌다. 김씨는 “너도 살기 빠듯한데 내가 늙어 짐이 되는 것 같다.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더니 아들은 “아버님 잘못했습니다”라며 술상을 차려주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경북 포항시의 이름 모를 거리에 버려져 있었다. 이 지역 교회 목사가 김씨를 공동체로 모셨지만 그 노인은 3년 뒤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노인 상당수가 자녀에게 학대 받거나 버려지는 ‘신 고려장’을 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치매 부모에 대한 패륜범죄가 늘고 있으며 부모 부양 문제로 부부간 형제간의 다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갈등 끝에 부부는 이혼하고 형제들은 아예 등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 1,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8%(510명)가 학대를 경험했다.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 43.8%, 방임 27.8%, 신체적 학대 16.6%, 재정적 학대 6.9% 순이었다.

노인학대상담센터가 밝힌 노인학대 가해자 현황(2004년)을 보면 1,477명의 노인학대 가해자 중 아들(701명)ㆍ며느리(403명)가 무려 74%를 차지하고 있다. 딸(146명)과 배우자(103명)가 뒤를 잇고 있다.

이화여대 김미혜 교수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인학대와 방임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노인의 증가에 이어 치매 중풍 등의 노인 질병자 증가는 저소득층 자녀를 중심으로 유기나 살해라는 충동적인 패륜 범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첩경으로 부양문제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 노인들의 보호쉼터나 그룹 홈 등 대안적 주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노인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학대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노인들이 육체ㆍ정신적 독립성을 지닐 때야만 노인학대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노인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은 “사회적 책임이란 컨셉으로 파트타임 등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월 30만원이면 노인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학대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상담센터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노인학대예방센터(1389)는 서울과 부산 등 16개 광역자치단체에 1곳씩만 설치돼 있다. 민간단체가 있긴 하지만 폭주하는 노인학대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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