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독신남성 김모(30)씨는 쇼핑이 괴롭다. 원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꼭 사고 싶은 물건은 바닥났단다. 깜짝 세일을 알리는 점원의 외침에 달려가보면 이미 물건은 동이 난 상태다. 김씨는 할인점을 벗어나고픈 생각뿐이지만 계산대의 줄은 왜 이리도 긴지….
2010년 6월 독신남성 신모(30)씨는 쇼핑이 즐겁다. 카트에 달린 모니터는 주로 구입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친절히 안내한다. 사과 진열대에 서면 그 만을 위한 깜짝 세일이 진행되고, 사과를 저울에 올리자 산지와 출하일자는 물론 당도와 철분 함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끝난다.
꿈 같은 얘기 같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 진보를 통한 유통혁명은 이미 진행중이다. 그 핵심에는 ‘전자태그’라 불리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가 있다. RFID는 제품 정보를 담은 초소형 반도체 칩으로, 제품이나 기기에 붙이면 생산ㆍ유통ㆍ보관ㆍ소비 전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바코드처럼 일일이 리더기를 갖다 댈 필요도 없이 그냥 계산대 앞을 통과하면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전파로 읽혀져 기록된다. 업체는 재고와 물류 관리에 용이하고, 소비자들은 제품 구입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미국 할인점 1위 업체 월마트에는 현재 57개의 공급업체가 21만여개의 제품에 RFID를 붙여 납품하고 있다. 10월까지는 미 전역의 600개 점포 및 12개의 물류 창고로 시스템이 확대 적용된다.
국내 유통업체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해 4월 부천소사점에서 RFID 기술검증을 위한 시범테스트를 했다. 이달 말에는 카트에 RFID를 내장한 후 고객의 동선과 쇼핑정보를 파악하는 2차 시범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첨단기술은 아니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매장은 과학적 소비자 분석결과가 응용돼 있다. 할인점에서 인기상품은 예외 없이 눈높이인 진열대 3층에 놓여있다.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이 곳은 ‘골든 존’, 그 아래가 ‘실버 존’이다. 유아휴게실 평수도 상권의 30대 고객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한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최근 들어 할인점들은 ‘조명 과학’을 적용하고 있다. 조명 색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 정육 청과 잡화 의류용 최적의 조명온도를 정해놓고 있다.
미국의 소비심리 전문가 파코 언더힐은 “매장이 너무 북적여 부딪침이 많거나 아이쇼핑 고객이 몰리면 출구에서 고객이 되돌아나가는 ‘부메랑 효과’를 낳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식기 브랜드 코렐은 전시대를 매장 바깥쪽에 설치하고 혼수제품을 한쪽에 모으도록 매장 구성을 바꾼 뒤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신세계 유통연구소 노은정 소장은 “앞으로 수영복 매장은 고객이 마치 해변에 온듯한 시청각 환경을 제공하거나,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입어본 모습을 보여주는 시설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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