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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돈과 시련을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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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돈과 시련을 넘어서자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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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오늘로 창간 51주년을 맞는다. 50주년 되던 지난해, 우리는 시련과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녹색 언론정신을 지키며 불원간 다시 정상에 설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이 다짐은 영구히 변치 않을 테지만 시련은 결코 줄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고백이다.

국가경제가 여전히 어렵고, 출혈경쟁으로 신문사 경영이 계속 압박 받고 있다. 신문법이 발효됐어도 언론환경 또한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 타협하거나 굴하지 않았고, 정도(正道) 언론이 걸어야 할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광복 후 한국 사회가 장족의 빛나는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한 현재적 국내외 상황은 늘 엄중하다. 군사정부를 극복하고 문민정부의 기틀을 확립 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드리워진 경제사회적 그늘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강화하면서 계층적 양분화의 모순이 깊어지고 있지만, 이를 치유하고 보완할 사회 안전망 구축은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토분단 60년이 지나도록 남북관계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구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냉전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 부분적인 협력이 이뤄진 대신, 이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려버릴 수 있는 북의 핵 위협은 이제 오히려 ‘핵 보유’가 기정사실처럼 되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은 지지부진할 뿐이다. 주도적 역할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발전과 평화정착, 나아가 평화통일의 기초를 다져야 할 중대한 사명이 정부에 맡겨져 있다.

이 과정에 소홀히 하거나 바탕을 훼손할 수 없는 것이 한미동맹이다. 광복 후 미국은 인적ㆍ물적 교류에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 점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한편 한미동맹 관계도 상호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새롭고 발전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현재의 세계질서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통일ㆍ대북정책과 외교안보를 둘러싼 국내 갈등과 논란 역시 건전한 토론과 국민여론 수렴을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수습해가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과 계층통합, 협력적 자주국방을 표방하는 참여정부 2년 여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직 성급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체감되는 것은 희망보다는 실망이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기업의 투자의욕도 여전히 저조하다. 실업이 만성화하고 빈부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도 미더워 보이지 않아 좌절감이 만연화하고 있다. 거기에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과 행담도 사건으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다.

정부의 비전 상실과 신뢰도 추락은 국민 전체의 시련이며 고통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결연하고 냉엄하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정부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겸허한 성찰과 비상한 각오도 절실히 요구된다.

정론지 책임이 더욱 커지는 이 때, 우리는 사회의 파수견으로서 언론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중도적 비판지로서 정정당당한 보도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다. 일류신문의 바른 길을 재촉하기 위해, 또한 독자와의 약속인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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