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의 과반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벌인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등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2~5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이 ‘더 안전해졌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정적 의견이 과반수인 경우는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이후 처음이다. 3달 전 여론조사에서는 52%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지지도가 51%를 차지한 반면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45%에 근접한 수준으로 여전히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의 55%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속 정당에 따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4명 가운데 3명은 더 안전해졌다고 응답한 반면 민주당의 75%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앤드루 바세비치 보스턴대 교수는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전쟁이 처음부터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확신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라크 전쟁 등의 대외 정책에 국내 정책에 대한 불만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는 연방 대법관 지명과 사회보장제도 등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67%는 집권 공화당이 국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테러의 두려움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12%만이 테러를 최우선 과제로 뽑았으며 테러는 경제, 이라크전쟁, 보건, 사회보장제도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40%는 이라크 전쟁을 ‘또 다른 베트남 전쟁’으로 우려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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