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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삶이 바뀐다/ 불임증 사회 "희망을 낳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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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삶이 바뀐다/ 불임증 사회 "희망을 낳자"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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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2.69명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선진국 평균인 1.56명에도 크게 밑돈다. 출산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일본도 1.32명으로 우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장래 인구 특별 추계’결과 합계출산율은 2020년 1.24명, 2050년 1.30명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출생아 수는 2003년 49만3,000명에서 2020년 38만명, 2050년 22만900명으로 점점 줄어든다.

이처럼 신생아 수의 감소는 한국의 미래를 저생산ㆍ저성장 국가로 전락시킬 수 있다. 또한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늙은 대한민국’을 만들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해 각종 대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정부가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조만간 출산장려 캠페인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전개할 민관 합동 상설기구를 출범하는 일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로 명명될 이 기구는 전국 16개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지부를 두며 출산장려를 위한 의식전환 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자연분만ㆍ미숙아 등의 가정에 본인부담 치료비 전액 지원 ▦정ㆍ난관 복원수술 보험 적용 ▦육아휴직 급여 40만원 지급 ▦소득공제 교육비 확대 및 결혼비용 신설 등 세제 지원 ▦신생아에 대한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확대 실시 ▦산전검사 보험 급여 확대 등을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출산 장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모든 산모에게 출산수당 20만원 지급과 입양휴가제 도입, 2자녀 이상 가정 인센티브제 도입 등은 정부부처 내 이견으로 협의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자체들이 출산장려 수당 등을 지역 실정에 따라 셋째 아이부터 20만~4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돈 몇 푼 때문에 자녀를 더 가질 부모가 과연 몇 있겠느냐”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믿고 맡길 만한 저가의 보육시설이 부족한 점과 교육비 부담이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 양육비는 132만1,000원에 달한다. 이는 월평균 소득의 56.6%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부분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미혼남녀의 25%가 ‘양육비 때문에 애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저출산의 근본 이유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교육비가 16조원에 달하는 등 자녀양육비 부담이 계속 늘고, 여성 고용률이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인 23위로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보니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보육지원대상 아동을 올해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의 60% 계층까지 확대하고 2008년에는 전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저소득층의 둘째 이상 자녀에게 월 3만~6만의 보육료를 신규로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직장여성의 아동양육을 위해 직장보육시설 확충과 현재 30일분이 지급되는 출산 휴가 급여를 내년부터 60일로 늘리고 육아휴직급여도 현재 40만원에서 2007년부터 50만원으로 올려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 가족 및 여성 관련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신혼부부에 대한 모기지론의 대출조건 완화와 다(多) 자녀 가정에 대한 우선 융자혜택, 산후조리 도우미제 도입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책임연구원은 “출산 복지제도의 미흡과 경제적인 문제, 가치관의 변화 등이 저출산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며 “1983년부터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으로 낮아졌음에도 강력한 출산 억제정책을 지속한 것은 국가정책의 모순된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고수현 교수는 “저출산ㆍ고령화는 나라를 늙고 힘없게 만드는 사회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는 등 잘못된 사회구조의 개선부터 이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기고/ 결혼과 출산도 투자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 지도 2년여가 지났다. 2003년 초 통계청에서 우리나라의 2002년도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평균 자녀 수)이 일본보다 낮은 1.17명으로 발표하면서 사회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최근 대도시 출산율이 1.0명까지 낮아진 것을 보면 앞으로 적절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국 평균 출산율(2003년: 1.19명)은 더 떨어질 것 같다. 정부에서는 관련기구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 동안 고령사회 종합대책,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육아지원정책 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으며, 저출산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정부 노력이 성공하려면 개인의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젊은 부부에게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세 가지로 답하고 있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어요.”,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양육하기 너무 힘들어요.”라고. 마치 저출산 원인이 사회에 있고, 사회 지원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안전하고 경제적인 부담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고, 공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전적으로 맡아주고, 직장 다니는데 부담 없다면 출산을 염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회의 출산지원정책만으로 저출산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한마디로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전적으로 양육과 교육을 책임질 재정 능력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자녀를 갖는 것은 부모가 되는 인생의 가치와 자녀에게서 받는 기쁨과 보람을 얻기 때문이므로 자녀 양육과 교육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다만 훌륭한 사회 성원을 기르기 위하여 부모가 지고 있는 양육과 교육의 무거운 부담을 덜기 위한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003년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29.6%가 결혼계획이 없다고 했으며, 이유로 ‘내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26.2%)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24.4%)으로 순이었고, 경제적 이유는 20.1%에 불과했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 있는 부인 중 44.9%가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1991년 조사에서 이렇게 대답한 여성은 8.5%에 불과했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지 더 이상 주어진 의무나 책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가치관 변화가 더 진행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가족 내 출산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자녀 출산과 양육이 개인 행복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 결혼과 출산이 늘고, 저출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형성과 출산은 단순히 경제적 비용이나 경제활동참가와 비교해 결정할 대상이 아니다. 고귀한 부부의 사랑과 사랑이 넘치는 삶을 경제 잣대로 측정할 수는 없다. 배우자가 있을 때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와 개인이 일생 받는 충격 중 가장 큰 것이 배우자 사망이라는 연구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이 개인의 행복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긍정적인 가치관 형성은 사회 노력이 함께할 때 빠르게 이루어진다. 사회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개인의 출산 양육 교육 등의 부담을 줄여 줌으로써 출산 환경을 조성해 개인 출산을 돕는 것이다. 출산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 노력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투자’라면 개인 노력을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나’와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가치관이 형성된다면 개인은 행복한 가족형성과 가족관계 유지로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는 가족 안정과 출산수준 상승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에서 오는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헌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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