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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 의원 294명 홈페이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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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 의원 294명 홈페이지 살펴보니…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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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주자·지도부 의원 홈페이지 성적

차기 대권주자와 여야 지도부 가운데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형식과 내용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또 열린우리당 소속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도 사이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반면 이해찬 총리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성적은 저조했다.

전체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박 대표의 홈페이지는 접근성은 떨어졌지만(20점 만점에 4점), 정보제공과 상호작용 면에선 각각 40점 만점에 33.2점, 24.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280만명이 다녀간 미니 홈피를 통해 ‘감성정치’를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네티즌의 정책토론 참여도는 5점 만점에 1점을 받는 데 그쳤다.

반면 김 장관의 홈페이지는 전체 평가에선 B(양호)에 그쳤지만 복지부 업무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의 정책토론 참여도, 매주 업 데이트되는 ‘일요일에 쓰는 편지’에 대한 호응도에서는 각각 5점 만점을 받아 쌍방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체평가에서 A+(매우 우수)를 받은 원 위원은 차별화한 콘텐츠 확보와 ‘희룡 생각’이라는 칼럼 운영 등에선 호평을 받았지만 정책분야(5점 만점에 1점)에서는 네티즌과의 교감이 부족했다. 이들 세 사람은 특히 홈페이지 외 미니 홈피나 팬 카페 등을 통해 네티즌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었다. 전체평가에서 D(미흡)를 받은 이 총리와 권 의원 등의 경우 방문자 수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뉴스 메이커임을 알게 했다.

지도부의 경우 열린우리당 장영달ㆍ유시민 상임중앙위원과 정세균 원내대표(이상 B), 민주노동당 심상정 원내 수석부대표(A 우수)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의정활동 및 정책관련 콘텐츠가 풍부했다.

하지만 네티즌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의 건의나 의견에 적극 반응하는 데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각종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유 위원의 홈페이지가 B등급에 머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 대표 등 일부를 제외한 지도부 대부분이 C(보통)나 D(미흡)를 받았고, 민주당과 자민련의 지도부도 C 이하에 머물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의원 홈페이지 어떻게 평가했나

국회의원 홈페이지 평가는 한국일보사의 의뢰를 받은 숙명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홈페이지 평가단(단장 문형남 교수)이 의원 294명(5명은 홈페이지 없음)의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5월7일부터 6월6일까지 한달간 진행했다. 그 동안 몇 개 기관에서 의원 홈페이지를 평가, 발표한 사례가 있지만 평가모델이 정교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문 교수는 지적했다. 2000년부터 5년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 평가를 비롯해 20여건의 홈페이지 평가작업을 수행했던 문 교수 팀은 이번에 새로운 모델을 적용했다.

적용된 평가 틀은 ‘SM-ABCDE 모델’(고객흡인력(A), 비즈니스 기능(B), 콘텐츠(C), 디자인 및 사이트 구성(D), 기술 및 사이트 관리(E))과 ‘홈페이지 발전단계 이론’을 접목한 ‘PIA 모델’이다.

PIA 모델은 평가항목을 정보제공성(Publication), 상호작용성(Interaction), 접근성(Accessibility) 세 가지 대분류를 기본으로 각각 정보의 양과 질ㆍ최신성ㆍ정보관리 방식, 게시판ㆍQ&Aㆍ정책토론ㆍ커뮤니티 운영, 주요 3페이지 오류 수ㆍ대체 텍스트 비율 등 10가지로 세분화했다. 각 항목별로 10점씩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또 10개의 항목을 각 3~4개의 소 항목으로 다시 세분화했고 계량화한 기준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정보의 양의 경우 지역 소개 및 콘텐츠 양, 미디어 관련 콘텐츠 양, 의정활동 및 정책관련 콘텐츠의 양, 의원이 직접 쓴 칼럼 업 데이트 양 등 4개 소 항목에 대해 각각 1~5점으로 점수를 배분했다. 코너가 마련되지 않았을 경우 1점, 코너는 있지만 자료가 없을 경우 2점, 내용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경우 5점을 주는 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 의원 홈페이지 종합평가 총평

2005년 국회의원 홈페이지 평가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각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정보제공성 61점, 상호작용성 36점, 접근성 25점으로 종합점수 평균은 44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는 곤란하지만 국내 305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002년 36점, 2003년에 66점, 2004년에 76점으로 날로 나아지고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의원 홈페이지의 수준은 3년전 행정기관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으라는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의원 홈페이지를 평가한 결과는 “입은 여러 개인데 귀는 하나인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의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데는 적극적인데 반해 국민의 소리를 듣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홈페이지의 발전단계를 나누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정보제공(Publication), 상호작용(Interaction), 전자거래(Transaction), 통합(Integration) 등 4단계가 가장 일반적이다. 정보제공은 말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고, 상호작용은 듣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행정 기관들의 홈페이지는 2단계와 3단계의 중간에 위치하고, 주요 기업들의 홈페이지도 그 수준에 와 있는 데 반해 의원 홈페이지는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평가결과를 종합하면 홈페이지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홍보하는 정보제공성은 대체로 양호하나, 인터넷의 특성을 살린 쌍방향의 상호작용성이 크게 부족하고,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은 매우 취약하다.

정보제공성과 관련해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N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이다. 심한 상소리의 제목과 내용이 잔뜩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1년 이상 방치돼 있었다. 욕설이나 다름 없는 내용이 반복해 올라와 있는 것은 자유로운 의견개진의 도를 넘어선 것으로 홈페이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또 대부분 의원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정보는 공지사항과 보도자료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박영선 의원 홈페이지에서 ‘연기금제도개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등 3권의 독자적 정책자료집을 제공하고 있는 게 돋보였다. 의원들이 지금처럼 전문성과 재미가 없는 자료를 계속 제공해서는 네티즌이나 유권자들에게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다.

상호작용성의 경우 게시판과 Q&A는 어느 정도 활성화 돼있으나, 정책토론과 커뮤니티 기능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C의원은 홈페이지 내 훌륭한 커뮤니티(카페) 기능을 갖춰 놓았으나, 2년 되도록 이용자가 거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홈페이지 외에 별도로 미니 홈피와 블로그 또는 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수단을 갖고 있는 의원은 145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활성화한 공간은 거의 없었다. 이벤트 등을 통해 카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는데 노회찬 의원 카페에서는 ‘6월 9일 오후 7~9시 노회찬과 함께하는 맥주 한잔 이야기 하나’라는 행사공지가 눈에 띄었다.

접근성에선 대부분 의원들의 홈페이지가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망등 IT 인프라 측면에선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접근성 면에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게 의원 홈페이지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의원 홈페이지 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우선 의원들부터 홈페이지에 대한 인식전환을 해야 하며, 홈페이지 관리자와 운영진도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홈페이지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만드는 것보다 정성스레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부에서는 ‘행정기관 홈페이지 구축ㆍ운영 지침’을 제정하고 매년 개정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준을 세계 5위로 끌어 올렸다. 입법부에서도 의원들 개인 보다는 국회차원의 노력을 통해 사이버 정치의 수준은 높여야 한다.

문형남 숙명여대 테크노경영 대학원 교수

■ A+홈피 11인 인기 비결

의원 홈페이지 평가에서 A+(매우 우수)를 받은 의원 홈페이지는 11개. 이들 모두 ‘정보의 양과 질’ ‘네티즌과의 상호 작용성’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새 소식을 자주 올리고 네티즌과 활발히 소통해 참여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홈페이지 관리의 기본원칙을 입증한 셈이다.

이 홈페이지들은 그러면서도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와 마일리지 제도 등 저마다 톡톡 튀는 인기 비결을 갖고 있다.

종합 1위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박 대표는 홈페이지를 한번이라도 방문한 네티즌에게 이 메일을 보내 보완할 점을 묻는 등 적극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매달 15건 이상 직접 글을 올리고, 홈페이지에 수입과 지출 내역을 1원 단위로 공개하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네티즌 참여도에서 최고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특히 지역구민을 상대로 온라인 상에서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해 주는 코너가 인기다. 4위인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자신의 일기인 ‘난중일기’와 부인 김지선씨 등이 쓴 ‘내가 만난 노회찬’ 코너의 조회수가 수천 건에 이르는 등 차별화한 콘텐츠로 승부했다.

우리당 이광재 의원(5위)은 사회 현안에 대한 ‘100자 토론 코너’로 네티즌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 매달 300건 이상의 글이 올라온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6위)은 정책토론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횟수와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참여도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우리당 노현송 의원과 문병호 의원은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에 신속히 답 글을 올려 네티즌들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각각 7, 8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의 홈페이지(공동 8위)는 회원 2,100여명의 생일을 일일이 축하해 주고, 참여도에 따라 마일리지를 주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의 홈페이지(10위)엔 매달 50건에 달하는 정책 건의가 올라와 이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공동 10위인 우리당 신기남 의원의 홈페이지는 ‘반딧불이’라는 네티즌 고정 칼럼과 네티즌 게릴라 기자 제도, 네티즌의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는 ‘DJ 신기남’ 코너 등으로 가장 입체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상위 100위 당별 분포

의원 홈페이지 평가에서 상위 100위 안에는 열린우리당이 5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이 39명으로 뒤를 이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각각 4명, 3명, 1명이었다. A+(매우 우수)를 받은 11명 가운데에는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5명, 민노당이 1명이었다. 우리당 신기남, 한나라당 박근혜 원희룡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선이었다. 유전개발 의혹에 휩싸인 우리당 이광재 의원, 특유의 입심으로 유명한 민노당 노회찬 의원도 포함됐다.

10명이 선정된 A(우수)그룹에는 한나라당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문수 박성범 박진 홍준표 의원 등이다. 우리당에서는 전병헌 대변인과 386세대의 맏형격인 김영춘 의원 등 3명이 선정됐고, 민노당에서는 심상정 최순영 의원 등 여성 의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양호(B)하다는 평가를 받은 79명 가운데에 우리당은 44명, 한나라당은 30명이 포함됐다. 우리당은 장영달 정세균 배기선 등 중진과 서갑원 유기홍 장향숙 의원 등 초선이 골고루 포함된 반면 한나라당은 남경필 이재오 의원 등 6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초선이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홈페이지에서 흙 내음이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았고, 민주당(손봉숙 이낙연 최인기)과 자민련(이인제)에서도 일부 의원의 이름이 올랐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홈피없는 용감한 의원은…

‘홈피 정치’ 시대에 홈페이지가 아예 없는 ‘용감한’ 의원은 5명. 너도나도 더 화려하고 인기 있는 홈페이지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는 여의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단한 배짱이다.

알고 보니 이들 모두 지역구 관리가 필요 없는 비례대표 출신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사소한 의정활동까지 홍보해야 하는 지역구 의원들과는 형편이 다르다”며 “구색 맞추기 용 홈페이지를 만드느니 전문성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구 출신 가운데는 한나라당 김재원, 박세환 의원은 홈피 정치의 위력을 실감해 최근에서야 싸이월드 미니 홈피를 만들었다.

5명 중엔 우리당 의원이 3명,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명 씩이었다. ‘인터넷 정치는 우리당의 특기’라는 통념이 다소 무색해진다.

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외교 전문가로서 1년 동안 해외에 자주 나가느라 시간도 없었고, 의원외교 활동은 굳이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할 문제가 아니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 측은 “제대로 만들려면 많게는 수천 만원이 드는 홈페이지 제작 비용도 부담이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솔직히 바쁘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성격대로 하면 홈페이지를 완벽하게 만들어 관리도 직접 해야 하는데, (일부 의원처럼) 특색 없는 백화점식 홈페이지를 대충 만들어 보좌진에게 맡겨 놓긴 싫었다”고 말했다.

우리당 조성래 의원은 홈페이지가 없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보좌진들은 “작은 불편은 있지만 의원이 아날로그 세대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고 아쉬워 했다. 같은 당 조성태 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관리할 후원회도 없고, 비례대표로서 당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개인 홈페이지가 없어도 이 메일이나 다른 홈페이지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그래도 시류에 맞추어 조만간 홈페이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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