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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韓·러 협력농장을 가다/ (上) 아그로상생 등 영농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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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韓·러 협력농장을 가다/ (上) 아그로상생 등 영농법인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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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접어든 연해주는 이제야 온통 봄빛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승용차로 4시간 떨어진 아그로상생 그라즈단카 농장. 초록빛 보리와 밀이 노란 민들레와 경쟁하듯 들판을 덮어가고, 트랙터는 하얀 먼지를 풀풀 날리며 땅을 갈고 있다.

‘아그로’는 농업이란 뜻이고 ‘상생(相生)’은 함께 산다는 우리말이다. 대순진리회(종무원장 이유종)가 설립한 현지의 한국영농법인이다. 농장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는 삭막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집들이 띄엄띄엄 보일 뿐 20년 정도는 세월이 정지돼 보였다. 그러나 이 삭막한 풍경을 영농의 희망으로 일궈가는 작업이 한국인과 고려인, 러시아인들에 의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아그로상생은 구 소련 붕괴 이후 파산한 국영농장을 인수해 곡물과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동시에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했다가 구 소련 붕괴 후 연해주로 다시 이주해 오는 고려인 3, 4세대를 고용해 새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고난의 역사를 간직한 선조의 땅 연해주로 이주한 고려인 후손들은 3만~4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농장을 책임지고 있는 고종석(60) 총관리인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평균 230km를 이동하며 러시아인과 아직은 많지 않은 고려인 인부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한 고려인 반 이딸리아(54)씨다. 그는 어눌한 고려말로 러시아 인부와 고씨의 대화를 돕는 현장 간부 역할을 겸하고 있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 러시아의 토지와 고려인의 인력이 결합하는 연해주 농업개발협력지구 사업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10여개 한국 기업과 농민단체가 새만금 지구의 8배에 달하는 18만 ha의 농지를 확보해 연간 30만톤의 곡물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그로상생만 해도 9개 농장, 8만 ha의 농지를 갖고 있다. 내년에는 알곡 10만 톤을 생산해 손익분기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쌀과 콩은 러시아 시장에 판매하고 한국에는 밀가루 콩가루 등 가공품을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연해주 120개 농장 중 10%인 12개까지 확보하고 500여명의 고려인을 고용할 계획이다.

연해주 정부는 더 많은 외국 자본을 바라고 있다. 대순항카농장 이돈명 사장은 “이제 우리 농업도 적극적으로 해외생산기지를 개척하는 공세적 입장을 취할 때가 되었다. 개방확대가 불가피하다면 해외에 진출한 자국영농법인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해주=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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