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전화를 하면 아이들 얘기부터 묻는다. “애들 학교 잘 다니냐?” 이 한마디 안에 아들 집에 대한 모든 안부가 다 들어 있다. 어머니는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니면 그 집은 화평한 집인 줄 아신다. “예”하고 대답하면, 그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그래, 그래야지.”라고 말씀하신다.
며칠 전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가정 통신문을 가져왔다. 내용을 살펴보니 아이들의 두발자유화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는 설문조사서이다. 아이들의 개인 의사에 맡겨 완전히 자율화하는 쪽이 낫겠느냐, 그래도 어느 정도 교사들의 통제하고 지도하는 쪽이 낫겠느냐 묻는다.
아이는 제 엄마에게 “이쪽에 동그라미를 치세요. 이쪽에” 하고 완전자율화 쪽을 가리키고, 아내는 “그래도 너무 심하게 너희들 마음대로 하면 안 되잖니”라고 말한다. 내 의견을 묻기에 “너 하고 싶은 대로”라고 말했다.
아이보다 아내가 먼저 ‘아니, 당신까지?’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내 생각은 분명하다. 그것은 우리 젊은 날,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권력으로부터 늘 통제받았던 신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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