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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대통령 사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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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대통령 사임 발표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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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국유화를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로 큰 혼란에 빠졌던 볼리비아 정국이 카를로스 메사(52) 대통령의 사임 발표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메사 대통령은 6일 대국민 연설에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나의 결정”이라며 “다만 의회가 후임 대통령 선출 과정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할 때까지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의회가 사임을 받아들일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앞서 3월에도 그는 같은 이유로 사임을 선언했다가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나고 의회가 사직서를 반려해 대통령직을 유지했었다.

이번에도 문제는 천연가스였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매장량을 자랑하는 볼리비아의 천연가스는 남미 최빈국인 이 나라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미국 등 외국 자본은 20년 전부터 모두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을 약속했고 볼리비아 사람들은 이를 믿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가난에 분노한 농민, 광부, 원주민들은 좌파 운동권과 손을 잡고 라파스 등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가스전 개발 이익이 백인 엘리트의 배만 불렸다”며 “이익이 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백인의 넥타이를 잡아 당기며 “백인은 넥타이를 풀어라”고 외치는 등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래 국부를 독점해온 백인 부유층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왔다.

반면 주요 가스전이 위치한 남동부의 산타 크루즈에서는 국유화로 소득이 줄어들 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백인 엘리트 계층을 중심으로 재정자립 등 지방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국유화하면 볼리비아를 떠나겠다는 외국기업의 협박 때문에 정부는 국유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의회가 개발 이익에 대한 세율을 현재 18%에서 32%로 올리는 법안을 지난달 16일 통과시켰다. 또 메사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는 2007년 8월 이전에 대선을 치르자고 제안했지만 성난 군중을 진정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부통령으로 있던 2003년 10월 당시 가스전 개발 문제가 불러온 민중봉기로 축출된 곤살로 산체스 대통령의 뒤를 이었던 메사 대통령 역시 결국‘가스의 덫’에 결려 권력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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