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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생각없는 '영세상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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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생각없는 '영세상인 대책'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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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의 24시간 영업을 금지시키고 18시간 영업을 허용한다고 해서 영세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편의점도 대기업이 운영하는데 할인점과 똑같이 제한한다는 것인가요?” 중소 상인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에서 대형 할인점의 24시간 영업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할인점 종사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말도 안 되는 영업권 침해’라는 반응부터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비난, 형평성과 실효성등의 문제점이 줄줄이 지적됐다.

대형 할인점의 반발은 그렇다 치자. 이러한 규제정책이 정말 중소 상인에게 득이 될 수 있을까. 할인점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할인점 고객의 발길을 동네 가게나 재래시장으로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소비자들이 할인점을 찾는 이유는 싼 가격과 쇼핑의 편의성 때문이다. 심야 쇼핑이 트렌드로 굳어가고 있는 마당에 영세 상인에 맞춰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의‘하향 평준화’에 불과하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 듯 하다고 해도 영세 상인을 살리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월권이다.

게다가 효과도 의심스럽다. 벌써부터 “영업시간 제한의 가장 큰 수혜자는 편의점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 상인들조차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일주일 만에 뒤집어진 ‘영세 자영업자 대책’이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밀한 시장 분석 없이 표만 의식한 규제 일변도의 처방은 부작용만 남기게 마련이다.

정부는 “도매상을 키우고 중소 유통업체의 상품·가격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시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희원 산업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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