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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뉴스/ 황우석 관훈토론회 "줄기세포 연구, 윤리적 線 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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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뉴스/ 황우석 관훈토론회 "줄기세포 연구, 윤리적 線 넘지 않겠다"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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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생명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에 있어 그 같은 지적은 ‘적당한 곳에 있는 신호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각계의 말씀을 깊이 새겨 적정한 선을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연구에 대한 보안만 보장된다면 시민단체와 종교계 인사 등도 연구실에 초청해 의견을 들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이번 연구성과가 17일 발간되는 사이언스지의 표지논문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토론회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실험실 방문, 지난해 실험실 정전사고 등 연구에 얽힌 뒷얘기들을 ‘언어의 마술사’라는 별명에 걸맞은 언변으로 생생하게 소개했다.

_줄기세포 치료가 갖는 문제 중 결정적인 것 여러 개를 이번에 한꺼번에 해결했는데.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줄기세포 치료 실용화를 위한 네 개의 벽을 한꺼번에 허문 것에 대해 전 세계 학자들은 ‘대단한 약진’이라고 감탄한다. 아마 하늘이 ‘너희 나라는 오랜 시간 열강의 대열 속에 시달려왔고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도 겪어 봤으니, 이번 기회에 세계에 어깨 좀 쭉 펴고 살아보라’며 기회를 주지 않았나 싶다.”

_‘연구실 정전사고 때문에 죽고 싶었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는데.

“2003년에 연구실 정전사고가 났다. 당시 줄기세포 덩어리를 100덩어리 이상 배양해 ‘이제 세계를 놀라게 하겠구나’ 하고 들떠 있는데 정전이 돼서 두 덩어리 빼고 모두 죽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밤 늦게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이 두 덩어리마저 죽는다면 살아갈 자신이 없다. 서울대 병원에 영안실 하나를 예약해 달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두 녀석(줄기세포 덩어리)이 마구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늘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배양한 줄기세포’라고 말하고 다녔다.”

_한 때 과학기술부 장관직 제의를 받았고, 본인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에는 뜻이 없나.

“제의를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다.(모두 웃음) 주변에 정치하는 친구들이 몇 있다. 그들을 보면서 사람은 각자 타고난 능력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맥락에서 요즘은 ‘혹시라도 장관이 됐으면 정책 다 망가뜨릴 뻔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소, 돼지와 어울려 지내거나 현미경을 보면서 ‘이 세포가 싹수가 있는가’ 를 결정하는 것이 내 능력이다.”

_이번 연구에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공동저자로 들어가 있는데, 그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섀튼 교수와는 연구와 관련해 하루에 이메일만 서너 차례, 전화도 한두 번씩 주고 받는 사이다. 매일 새벽, 나는 예외 없이 현미경으로 줄기세포를 살핀 후 이를 디지털 사진으로 찍어 섀튼 교수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연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는 마치 피를 나눈 형제같이 길을 열어주는 학자다.

일각에서는 사이언스 게재를 위해 (영향력 있는) 섀튼 교수를 저자로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이 연구가 정치력까지 발휘해야 할 정도로 가치 없는 논문은 아니다. 발표 후 각 저널에서 ‘왜 우리에게는 주지 않았냐’는 원성이 쇄도했다.”

_강연회 등을 통해 미국에서 무균돼지 세포를 몰래 들여왔다는 얘기를 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무엇을 몰래 들여온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대학은 물론 미국에서도 우리가 그런 방식(드라이아이스에 체세포를 싸서 주머니에 넣는 방식)으로 세포를 가져간다는 것을 다 알았다. 물론 소정의 비용도 지불했고 절차도 밟았다. 마침 체세포를 제공해주신 시카고대 의대 김윤범 박사가 한국에 와 있어 오늘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다.”

_연구성과 발표 후 정치권의 지원이 쇄도했는데.

“여야의 전폭적 지원을 보며 ‘과학은 가치중립적인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2003년 제 연구실을 찾았던 분을 소개하고 싶다. 당시 첫번째 줄기세포를 만들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겨서 과학적 검증을 받는 과정에 노무현 대통령 내외께서 실험실을 찾았다.

당시 우리 연구는 극비 상황이었지만 국가 원수였기 때문에 소상히 보고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돼서 이처럼 기쁜 날은 처음이었다’고 하면서 ‘내가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이 연구는 장거리 경주와 비슷해서 대통령 임기 중에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그 후로 국가로부터 실제로 많은 것을 받았고 앞으로는 갚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노 대통령 내외의 연구실 방문은 공개된 공식 일정이었으나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발표 전이어서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밝혔다.)

_노벨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는 노벨상은 어떻게 받는지도 모르고 그것을 목표로 삼은 적도 없다. 만약 역사에 내 이름 한 줄이 기록된다면 ‘참 과학도였다’는 말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 황우석 역시 '언어의 마술사'

황우석 교수가 “당분간 언론을 만나지 않을, 마지막 자리”라고 밝힌 이날 관훈토론회에는 내외신 기자 30여명과 방송카메라가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토론회 시작 시간인 오전 7시30분보다 30분 앞서 회의장을 찾은 황 교수는 웃는 얼굴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안부를 묻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 시작 후에도 그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평소 별명에 걸맞게 곤란한 질문은 적절한 유머로, 난해한 연구내용은 쉬운 비유로 능수능란하게 풀어갔다.

“미리 답변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충청도에서 온 ‘촌놈’이라 보시다시피 어눌한데 사전에 무슨 답을 생각하겠나”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 연구는 마라톤의 어느 단계인가 표시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마라톤 중계하는 것이 아니다. 저의 한마디가 전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 지나친 환상을 줄 수 있다”면서 재치 있게 피해나갔다.

황 교수는 지난달 귀국회견에서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던 ‘내년에 끝날 2막 중 1막’에 대한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지금까지 연극을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대부분의 연극이 4막이라고 하더라”면서 “우리 연구는 2막까지 있는 것 같고 1막 후 관객들이 중간박수를 보내주면 ‘1막의 감독’은 자연스럽게 물러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역시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 지구촌 '한국 과학' 관심 커져

황우석 교수의 환자 맞춤형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 성공에 힘입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7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제5차 한ㆍ이스라엘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이스라엘 과학기술부 탈리 로젠바움 차관은 두 나라 과학계의 협력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스라엘측이 ‘KISS(한_이스라엘 과학기술 협력 프로그램ㆍKorea Israel Sharing Science)’라고 이름한 이 프로그램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탈리 차관은 한국측에서 국장급이 대표로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내내 회의장을 떠나지 않으며 한국 과학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과기부는 이달 중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등과도 과학기술 공동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체코와는 5월 이미 과학기술 공동위원회를 열어 다각적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과기부 과학기술협력국 김상선 국장은 “동남아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도 한국의 과학기술을 배우고 협력하기 위한 갖가지 협력 제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정부와 유럽연합(EU)은 1일 과학기술 협력 포럼을 열어 하반기에 과학기술협력협정 체결을 위한 상호 연구개발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중국, 일본과는 7월 서울에서 첫 과학기술 장관회의를 열어 과학기술 펀드 조성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동북아 과학기술 협력체’ 조성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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