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포항시 한 지역일간지 창간기념식장. 대구에 소재한 경북도 산하기관장 A씨와 경북 북부지역 한 자치단체 부단체장 B씨가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업무상 포항시와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이들 두 인사가 주요 내빈으로 소개되자 일부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최근 각종 지역행사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06년 지방선거(5월31일)가 1년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단체장 출마를 꿈꾸는 공직자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콩밭에 가있다. 이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고 출마희망지역에서 장거리 출퇴근도 불사하는 등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경북 최대도시인 포항시는 이미 선거전이 달아올랐다. 포항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박승호(48) 경북도공무원교육원장은 3년 전부터 아예 포항에서 대구로 출퇴근하고 있다. 고속도로 진입거리 등을 감안하면 통근거리가 왕복 오백리(200㎞)나 된다. 김대성(50) 상주부시장도 포항지역 언론사 등에 출마의 뜻을 밝히고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수시로 포항을 찾고 있다.
경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황진홍(50) 경북도 환경산림수산국장도 종종 출퇴근을 경주에서 한다. 임광원(55) 농정국장도 고향인 울진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틈만 나면 고향을 찾고 있다.황성길(60) 정무부시장은 포항부시장 당시 상주시장 출마를 위한 경력관리를 염두에 두고 정무부지사 자리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한편 경북도의회 사무처는 올들어 독도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자 독도 관련 점자책을 내는 등 각종 자료를 발간했다. 집행부가 아닌 의회에서 의정활동 자료도 아닌 이 같은 자료를 제작, 배포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아니나다를까. 최근 남성대(57) 도의회사무처장이 내년 도지사출마 의사를 밝혔다.
10여명에 이르는 경북도지사 출마예상자도 전초전에 돌입했다. 이의근 도지사가 3선 연임제한에 걸려 현직프리미엄을 가진 후보자가 없어 예상후보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정치인으로는 권오을(48) 김광원(57) 이병석(53) 한나라당 의원등과 여권인사로는 추병직(56)건교부장관, 이영탁(58)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박기환(57) 전포항시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직 단체장으로는 김관용(63) 구미시장과 정장식(55)포항시장이 출마생각을 굳혔고 박팔용(58) 김천시장과 남효채 전 경북도행정부지사도 출마의 뜻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편 선거를 1년이나 앞에두고 선거전에 돌입함에 따라, 현직단체장들은 실현가능성이 의문스러운 대형 개발프로젝트를 발표하거나 이미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 것도 재탕삼탕 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고유업무와 무관하거나 출마예정지역까지 원정을 다니는 등 업무차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 출마예상자는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공무원은 출마에 뜻이 있어도 현재 맡은 공직에 충실해야 한다”며 “지역구에 가더라도 연가를 내거나 휴무일을 활용해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