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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음악 대가 美 라이히 12일부터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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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음악 대가 美 라이히 12일부터 내한 공연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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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과 반복. 미니멀리즘 음악을 요약하는 단어다. 현대음악의 한 흐름으로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음악재료를 일정한 패턴에 따라 끝없이 반복한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선율과 리듬을 노골적으로 반복할 뿐이다.

이를테면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쯤 되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의 ‘벡사시옹’(Vexations)은 정해진 음높이의 4분 음표 13개를 피아노로 840번 두드린다. 여러 해 전 서울의 한 작은 홀에서 이 곡을 했을 때, 다섯 시간의 긴 고문(‘벡사시옹’은 ‘괴롭힘’이라는 뜻이다)을 견딘 객석의 생존자는 일곱 명이었다. 그때 한 청중의 감상평이 재미있다. ‘처음엔 지겨웠는데, 나중엔 도 닦는 기분이더라.’

아닌 게 아니라 미니멀리즘은 명상적이기도 하다. 단순한 반복 같지만, 그 안에서 미묘하게 변형되면서 점증하는 긴장감은 정신을 고조시키며 최면처럼 사람을 홀린다. 물론 졸리고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렵지는 않다, 전혀. 좀 더 적극적으로 옹호하자면, 극도의 단순함에서 오는 비움 혹은 절제된 아름다움에 반할 수도 있다. 단순함이 복잡함보다 오히려 더 풍요로울 수도 있음을 발견하고 그 안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필립 글래스(68)와 더불어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미국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69)가 온다.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음악회가 12일 대전(오후 4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14일 서울(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드러밍’(Drumming, 1971)과 최근작 ‘삼중 현악사중주’(Triple Quartet, 1999), 그리고 5개의 클라베(음정이 있고 맞부딪쳐서 소리를 내는 나무 막대기 모양의 쿠바 타악기)를 위한 1973년 작 ‘Music for Pieces of Wood’를 우리나라 단체인 TIMF앙상블과 타악기그룹 ‘포 플러스’(4 Plus)가 연주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삼중 현악사중주’다. 이 곡은 세 겹이다. 현악사중주 3개 팀이 동시에 연주할 수도 있고, 한 팀이 사전에 녹음한 2개의 테이프를 틀어놓고 협연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TIMF앙상블 4명이 미국 크로노스 현악사중주단의 녹음을 틀어놓고 연주한다. 미니멀 음악이니까 단조로울 거라는 짐작과 달리 매우 리드미컬하고 강렬해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세 겹의 현악사중주인 만큼 소리도 그만큼 풍성하고 입체적이다.

‘드러밍’은 타악기를 위한 반복음악이다. 2개의 봉고 드럼으로 시작한 단순한 리듬 패턴이 마림바, 글로켄슈필 등 다양한 타악기와 인성(人聲), 휘파람, 피콜로가 더해지며 1시간 동안 끝없이 반복ㆍ변형된다.

라이히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민속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이 작품에는 1970년대 초반 아프리카 가나에서 봉고를 배웠던 그의 경험이 녹아있다. 이번 무대에서 봉고는 라이히가 직접 연주한다.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이 전곡이 아닌 부분 연주로 소개한 바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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