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2,000만원이 필요했던 두모(29ㆍ여)씨. 신용이 없어 은행대출이 불가능하자 생활정보지에 실린 ‘무담보, 무보증 은행권 신용대출 1,000만~1억5,000만원’이란 대출광고를 보고 연락했다.
담당자는 잔고증명을 이유로 대출희망금액의 10%를 은행에 적금으로 넣고 인터넷뱅킹에 가입하라고 한 뒤 다른 일반계좌의 비밀번호, 보안 카드번호 등을 요구했다.
인터넷상에서 입출금을 반복해 거래실적을 쌓아 대출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것. 두씨는 급히 200만원을 입금했지만 대출은커녕 적금마저 해지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건물 보수 비용 3,000만원이 필요했던 이모(64ㆍ여)씨도 같은 방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300만원을 적금으로 들었다가 모두 날린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7일 은행대출이 어려운 서민이나 신용불량자에게 은행대출을 조건으로 소액의 적금에 들게 하고 인터넷뱅킹에 가입시킨 뒤, 본인 몰래 인터넷뱅킹을 통해 적금을 해지하는 수법으로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234명으로부터 7억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한모(34)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일단 가입만 하면 해당은행에 가입자가 소유한 전체 계좌에 대해 이체와 해지가 가능하고 은행창구에서 가입한 적금이라도 3일이 지나면 인터넷뱅킹으로 해약이 가능한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일간지와 생활정보지 등에 게재한 ‘무담보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희망금액의 10%를 적금으로 들게 한 뒤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적금계좌가 아닌 다른 일반계좌의 번호와 비밀번호, 인터넷뱅킹 접속을 위한 보안카드번호를 넘겨받았다.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잘 몰랐던 피해자들은 돈을 넣은 적금계좌가 아닌 일반계좌의 정보를 범인들이 요구하자 별 의심 없이 알려줬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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