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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담도에 가려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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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담도에 가려진 것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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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달리다 보면 충남 당진 못 미쳐 서해대교를 만나게 되고, 다리를 건너다가 마주치는 것이 행담도 휴게소다. 이렇게 쉽게 섬에 갈수 있다니… 하는 마음에서 휴게소에 들러 주변 경관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 행담도가 지금 유명해졌다.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이른바 ‘행담도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선명하지 않았고 사업 주체도 적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정작 행담도 사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정작 나의 관심과 애도의 대상은 도로공사의 의지 하나로 사라져 갔으며, 그 후 아무도 관심을 아니 갖게 된 행담도 주변의 갯벌이다.

사라져 간 것이 어디 행담도 갯벌뿐이랴. 천수만 갯벌은‘현대’의 간척지로 바뀌어 있고, 저 광활한 새만금의 갯벌은 이제 단말마의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지 않은가. ‘S프로젝트’ 사업의 대상지인 전남 영암과 해남의 간척지와 매립지 9,000만 평은 얼마나 큰 갯벌을 희생시키고 만들어졌을까?

그럼에도 지금 내가 행담도의 갯벌을 말하는 것은 크건 작건 자연을 훼손하는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뭐든지 돈이 되는 사업에 눈이 어두워 우리 민족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선물을 아무 거리낌 없이 훼손해 온 것이다.

-개발로 사라지는 갯벌

자연 그 자체는 국민 모두의 것이고 국민 모두에게 한 없이 큰 혜택을 영구적으로 주는 것이지만, 천성산의 도롱뇽처럼 정책입안자를 설득할 힘이 없다. 힘 있는 편은 개발의 이름으로 민족의 자산인 자연을 파괴해서 그로부터 이익을 보게 되는 기업이다.

기업은 그 경제력으로, 때로는 뇌물을 동원해서, 정책입안자를 설득하고, 정책입안자는 절대 다수에게 무한대의 혜택을 영원히 제공하는 자연의 편에서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한시적으로 소수인만이 누리는 혜택을 노리는 기업과 개발론자의 편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7분의 1이, 유아의 23%가, 천식이나 아토피 같은 환경성 질병에 걸릴 만큼 우리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지만 국가 정책에서 환경 보전의 우선 순위는 늘 하위권이다.

천성산 사태에서 본 것과 같은 모순 투성이의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고치지 않는 것은 물론, 경제성도 타당성도 정당성도 없는 새만금 간척을 여전히 고집하는 환경색맹인 현 정부는 차치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반환경 정책 또한 만만치 않다.

지자체는 환경이 주는 무한정한 혜택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것을 ‘개발’했을 때 오는 단기적인 물질적 이익에만 관심을 갖고 그것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태안ㆍ서산의 지자체처럼 다수의 골프장 건설을 골자로 하는 관광ㆍ레저 특구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자기 지역의 생태자연도를 낮추어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생긴다. 이처럼 결연한(!) 지자체의 의지에 화답하여 주민들은 철새가 깃드는 갈대밭을 불사르고 폭죽을 터뜨려 철새들을 추방하고 있다.

-지자체가 돈벌이게 급급

환경 보전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지자체가 앞장서서 환경을 파괴해 ‘이익’을 창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나는 두려운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런 정책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재앙의 땅으로 만들고 우리가 발붙일 곳조차 없앨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기업이 아니고 존립 목적은 이익 창출이 아니다.

오히려 돈벌이가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하는 기업을 견제해서 환경을 지켜내는 것이 지자체의 중차대한 임무다. “이익을 좇아 행하면 원망하는 이가 많아진다(放於利而行, 多怨.)”,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취하려 들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上下交征利, 國危矣)”는 옛사람의 가르침은 지자체의 환경 정책에도 잘 들어맞는 말이다.

이동인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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