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에 이어 6일 다시 재개된 북미간 뉴욕 접촉은 6자 회담 재개를 향한 반보의 진전으로 보인다.
접촉 직후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회담 재개 일자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제 워싱턴의 분위기는 북한의 복귀를 어느 정도 기정 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접촉 결과를 전달 받은 정부 당국자는 7일 “북한이 회담 복귀 여부에 대한 확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확답하지 않았고 대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 시점은 (회담 재개를 향한) 중간 단계”라고 말했다. 미 정부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은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미뤄 당국자들의 전언이 사실에 가까운 듯 하다.
지난달 13일 접촉에서 미국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와 김정일 체제 전복 중단을 요구해온 북한에 대해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다시 강조하면서 공격할 뜻이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이후 북한은 미국의 메시지에 대한 대답을 주기로 했다.
물론 당국자들은 “이번에 북미 양측은 6자 회담 재개를 염두에 두고 각자 입장을 얘기했다”, “회담 일자 문제까지 논의될 정도로 논의가 진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번 접촉이 북한의 복귀를 전제로 진행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라는 말은 북측의 태도가 함축하는 것이서 예사롭지 않다.
북측의 태도는 접촉에서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또렷해진다.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번에 미국의 진의에 대해 여러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성에 관한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과연 북한과 평화 공존할 의지가 있는지, 북핵을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것인지, 김정일 체제를 전복시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확인 했다는 얘기이다. 결국 북한 지도부가 이번 접촉을 미국으로부터 다짐을 받아야 할 부분을 짚는 계기로 활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미 언론보도 대로 북한이 이번에 회담 복귀 의지를 내비친 것은 사실이며, 종전의 요구보다 덜 까다로워진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 등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고집하지 않고, 미국이 김정일 정권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평화 공존하겠다는 의지를 선명히 요구하는 쪽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이 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 호칭을 긍정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따라서 11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측에게 회담 복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북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날 미국의 입장 등을 지켜보면서 회담 복귀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두차례의 북미간 접촉은 더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그러면서 회담 재개 일자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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