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 재계에서 강한 ‘발언권’으로 눈길을 끄는 경영자가 두 사람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京)세라 명예회장과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니혼덴산(日本電産) 회장 겸 사장이다.
두 사람의 발언권은 기업 규모와 실적을 바탕으로 경제단체를 주도한다는 의미에서의 힘이 아니다. 그런 힘이라면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 회장이 으뜸일 것이다. 한편으로 라쿠텐(樂天)이나 라이브도어 등 정보기술(IT) 관련 고성장 기업의 젊은 경영인들에 쏠린 화제의 힘, 선망의 힘과도 다르다.
■두 사람의 발언권은 다름아닌 설득력, 즉 독특한 경영 철학과 비전을 진솔한 경험에 담아 전함으로써 경영자와 대중의 호응을 얻는 힘이다. 두 사람 은 기술자 출신으로 창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기업을 일구어 왔다.
옛 도읍인 교토(京都)를 근거지로 삼아 일본식도 미국식도 아닌 제3의 경영방침을 실천해 성공했고, 그 경험을 저술이나 강연으로 활발하게 전파하고 있다. 최근 무라타(村田)제작소와 오므론, 호리바(堀場)제작소 등을 포함해 ‘교토식 경영’이 화제가 된 것도 뛰어난 두 전도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보고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교토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많은 일본 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고, IT 거품 붕괴로 첨단산업의 적자가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6.7%의 영업이익률, 3%를 크게 웃도는 총자산이익률(ROA)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 눈길을 끈 것이다.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경영, 성과주의 급여, 수평적 분업 구조, 기술 기반형 사업 특화, 세계시장 지향, 산ㆍ학ㆍ연 네트워크 등이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의 대표격인 이나모리는 경영일선에서 은퇴해 후진 양성에 애쓰고 있고, 나가모리는 “절대로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특히 기업매수ㆍ합병(M&A)을 성장의 활력소로 삼아온 나가모리는 늘 인수 기업의 개인 필두 주주가 됨으로써 오너로서의 권리보다는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성과주의 급여’도 플러스 방향에 한정돼 있고,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고용’이라는 경영철학은 ‘한 사람도 자르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실현되고 있다. 모처럼의 벤치마킹이 헛다리 짚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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