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원인 전직 고위관료에게 국민 혈세로 연금까지 줘서는 안 된다’, ‘내가 미리 낸 연금을 받아가는 것 뿐인데 뭐가 문제냐.’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7월부터 정부투자기관과 일반 금융기관은 물론, 자영업으로 월 평균 근로소득이 335만원 이상인 퇴직공무원에 대한 공무원연금 지급액이 최고 50% 삭감되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전직 고위관료를 낙하산 인사로 모셔 거액 연봉을 지급하는 업계에서는 ‘연금 삭감폭이 너무 작다’는 의견인 반면, 연금이 깎이게 된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7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그동안 퇴직공무원이 다시 공무원이나 군인 등으로 재임용 되지 않으면 정부투자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취직해 월급을 받더라도 연금이 전액 지불됐으나, 7월부터 ‘소득심사제’가 도입돼 근로소득에 비례해 연금 지급액이 삭감된다.
연금공단은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19만여명의 연금 수령자 가운데 2만여명에 대한 연금 지급액이 일부 줄어들어, 연금 지출액이 매년 82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직 고위관료가 고위직에 다수 포진한 은행 보험 증권업계 등에서는 고액 소득자에 대해 연금의 50%를 보장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료 출신이라는 후광 탓에 공무원 재직 때 보다 3~4배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 현재 자리에 근무할 때만이라도 연금 지급을 전면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부처 고위관료 출신으로 증권업계에서 일하는 A씨의 경우 수당을 합해 약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매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별도 수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씨처럼 퇴직 후 고액 연봉을 받는 고위관료가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이 흑자 상태라면 문제가 없으나, 만성 적자로 정부 재정에서 매년 수 천억원을 지원 받아 고액 연봉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4,330억원의 혈세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된 데 이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10조1,067억원의 세금이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에 사용될 전망이다.
반면 7월부터 연금 액수가 줄어들게 된 퇴직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 재직 중 적립한 연금을 되찾아 가는 것 뿐인데, 소득이 있다고 연금 지급액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관료 출신인 한 금융기관 임원은 “퇴직할 때 연금 수령 대신 일시금을 찾아간 사람에 대해서는 소득이 있더라도 지급액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연금 수령자에 대해서만 제한을 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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