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시청자들의 목요일 밤을 책임지던 것은 KBS2 ‘해피투게더’였다. 최근 몇 달 새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새 강자로 떠올랐지만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에서 연예인들이 떨어지는 쟁반에 맞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 것은 목요일 밤의 가장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요즘 ‘웃찾사’를 둘러싼 ‘노예계약’이니 ‘배후세력’이니 하는 말에 질려 다시 ‘해피투게더’를 찾는 사람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해피투게더’는 온데 간데 없고 ‘해피투게더 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6~7명이 겨우 들어가던 스튜디오는 수 십명이 들어갈 정도로 커졌고, 포맷도 연예인의 초등학교 동창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전과 같은 거라곤 유재석이 진행한다는 것, 퀴즈의 벌칙으로 쟁반맞기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옛 친구의 편안함은 물론, 새 친구의 신선함도 전혀 주지 못한다. 과거의 ‘해피투게더’는 비록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다루더라도 사람 냄새 나는 진솔함이 있었다. 연예인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쟁반을 맞고 노래를 부르고,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진짜 친구들처럼 스스럼 없는 대화를 하면서 보는 사람도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연예인의 진짜 친구들을 등장시킨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뻣뻣하기만 하다. 누가 진짜 친구인지 맞힌다며 처음부터 연예인과 일반인을 격리시킨다.
또 연예인이 자신의 친구를 찾는 동안에는 MC와 패널들끼리만 대화하고, 일반인들은 그냥 앉아있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과 게스트가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대화를 나눌 기회는 사라지고, 그들 사이에는 의례적인 악수와 포옹만 이어진다.
그 탓에 시청자들은 게스트간의 재미있는 토크 대신 대부분 평범할 수밖에 없는 스타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고, 게스트보다 더 많이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MC와 패널들의 산발적인 개그가 프로그램을 겨우겨우 이끌어나간다.
결국 남는 것은 왜 우리가 ‘TV는 사랑을 싣고’도 아닌 전문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학창시절을 한 시간 내내 봐야 하느냐는 의문뿐이다. 그래서 예전 제목 뒤에 붙은 ‘프렌즈’라는 말은 사족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앞에 있는 ‘해피투게더’만 기억하지 않을까. 이제 목요일 밤엔 뭘 봐야 하나.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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