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7개 고교 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고등학교 학생회 연합회’가 그제 출범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명목적인 학생회의 제자리 찾기와 학생들의 권익 보호ㆍ증진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생들의 권익 대변을 표방하는 최초의 전국 고등학생 대중단체라는 점에서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지대하다.
학생은 엄연히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다.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의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에 따른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권익보호 차원에서 모임을 구성하는 것을 마냥 사시로 볼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전국 조직 결성은 학교에서의 학생인권 침해가 심각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야간자율학습 강요와 두발ㆍ속옷규제, 집회참가 금지, 용의검사, 단체기합 등 아직도 학교에서는 전근대적인 악습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지난달 학생들이 새 대입제도와 두발규제에 항의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은 억눌렸던 불만과 불신의 표출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고교 연합단체 출범이 고교생의 집단화, 세력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과 경찰 등에서는 ‘고등학생판 한총련’이 되는 것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대학생과 일반인이 이 단체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학생들이 주장했듯이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정치색이 개입될 경우 학생권익 보호라는 순수성이 훼손돼 다른 학생들로부터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일은 정치권이 행여 이들 학생을 정치목적에 동원하거나 이용할 가능성이다. 교육당국은 학생 조직이 과격화 하지 않도록 각종 정책수립ㆍ집행 과정에서 미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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