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의 일본 할아버지가 혼자서 요트를 타고 세계를 일주했다.
16일 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미우라시 항구에 ‘슈텐도지2호’(길이 15㎙, 무게 9톤)가 모습을 드러내자 부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목청껏 환성을 질렀다. 요트 위에는 흰 모자에 빨간색 재킷을 입은 사이토 미노루(71)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두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했다. 지난해 10월 16일 이곳을 출발한 지 234일 만에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사이토씨는 세계 최고령 요트 세계일주자가 됐다.
사이토씨가 요트로 세계를 횡단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38세 때 요트를 시작한 그는 1990년 이후 지금까지 7번 세계일주 기록을 세웠다.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는 65세 때인 99년 이후 4회 연속 성공한 셈이다.
사이토씨는 이번 항해에서 여러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만신창이로 입항한 슈텐도지2호의 상태를 보면 어려움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태풍을 만나 여러 날을 집채만한 파도와 싸워야 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망망대해에서 강풍과 폭우 때문에 여러 차례 요트가 뒤집히기도 했다.
어떤 때는 보조 엔진이 고장나 태평양 무풍지대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항해에서 생명선과도 같은 기상정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성전화로 정보를 수신하는 팩스가 고장난 것이다. 결국 제한된 시간에만 통화할 수 있는 전화를 이용해 지인으로부터 구두로 항로를 전달받아 항해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당초 목표보다 항해 기간이 1달 이상 지연됐다.
그러나 불굴의 투지로 모든 것을 극복해 냈다.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위기 상황에서 70대 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5만㎞의 고독한 항해를 완수했다. 그는 “내 일처럼 걱정하고 격려해 준 시민들이 없었으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고마워했다.
항구에 들어서면서 그가 던진 첫 마디는 “맥주와 맛있는 것들을 먹고 싶습니다”였다. 또 “당초 목표였던 180일을 지키지 못했으니 실패입니다”라고 말해 환영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고생이 참 많았다”는 격려에 대해서는 “고생은 뭘… 요트가 3번밖에 안 뒤집혔는데…”라며 젊은이들에게 “배짱과 용기를 갖고 세상에 나아가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사이토씨는 이날 항해를 끝으로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동쪽 바닷길로만 세계일주를 했던 그는 “다음에는 서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250일간의 단독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또 다른 일본 노인 호리에 겐이치(66)씨도 7일 오후 효고현 니시미야항에 입항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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