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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미디어비평] 정말 KBS를 문제 삼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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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미디어비평] 정말 KBS를 문제 삼으려면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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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강한 경영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예산과 임금을 삭감하고 광고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관심은 수신료 인상에 모아지는 듯 하다.

한나라당은 경영 무능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정연주 사장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는 정권에 봉사해온 KBS는 국민 대신 정권에 대금을 청구하라고 비아냥거렸다. ‘시청세’를 세 배로 올리려 한다고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 KBS측은 왜곡보도라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24년째 같은 액수라면 상식적으로 정상은 아니다. 작년 638억원의 적자를 낸 KBS의 입장에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 배는 아니더라도 곱절은 되어야 한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야당이나 일부 언론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예산과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한편 광고 확대나 국고 지원 등의 재원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내용들 역시 함께 발표된 경영혁신 방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쩌라는 말인가. 사장만 바꾸면 뾰족한 방법이 나온다는 말인가? 조선일보 사설 내용처럼, “반미ㆍ좌파 이념을 확산하는” 행태를 바꾸기만 하면 경영이 정상화된다는 말인가?

수신료 인상보다 오히려 걱정할 부분은 소위 ‘경영혁신 방안’에 포함되어 있는 상업방송적 자세이다. 현재 국민이 내는 수신료는 사회교육방송이나 국제방송, 그리고 교육방송(EBS)의 운영에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정당한 지원은 반쯤 포기하면서 광고수입을 극대화하겠다고 한다면, 이야말로 반(反) 공영적인 자세이다.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는 대신 진정으로 공익성을 고민하겠노라는 의지를 천명하는 편이 훨씬 더 보기에 좋을 듯싶다.

물론 수신료 인상이 만병통치약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영의 효율화는 물론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은 인적 구조의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임금 삭감이나 명예퇴직제는 쉽게 생각해낼 수 있지만 정작 맘먹은 대로 실현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방안들이다.

오히려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적 구조 혁신의 핵심이 아닐까? 지난 10여 년간 방송사를 지원하는 이들의 수준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신문기자보다 방송기자가 되기를 원하고, 대기업 말단사원보다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이같은 우수한 지원자들 중 소수를 선발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최소한 인재 충원에 관한 한 걱정이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 걱정이 없어도 되는 걸까?

며칠 전 ‘MBC 노보’에는 신입사원 선발제도를 재검토하자는 한 PD의 다소 도발적인 글이 실렸다. 필기시험 중심의 충원 구조에서 21세기형 인재를 뽑기는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감한다.

토익 점수나 작문 실력이 훌륭한 PD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 신문업계에서는 경쟁사의 능력 있는 기자를 스카우트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는데, 더 선진적이어야 할 방송사는 타 매체의 우수한 인력을 경력사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인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영어점수에 미련이 남는다면, 제작인력을 최소화하는 대신 외주 제작사를 적극 후원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경영혁신의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능력 있는 인력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면서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기자가 앵커를 맡고 MC 인력이 넘치는 현실에서 꿋꿋하게 아나운서를 뽑아야 하는지, 계약직 작가들이 온갖 잡무를 다 해내는 현실에서 정규직 PD들은 그 높은 보수만큼 일들을 하는지, 역량 있는 VJ들이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기자들은 카메라기자와 조명까지 대동해야 일이 되는 건지, 방송계 언저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이런 의문들을 그냥 무식의 소치로 넘기기에는 개운하지 않다.

수신료를 인상하고 공영성을 강화하라. 하지만 제발, 인력 구조의 혁신이 경영과는 무관하다고 넘기지 않기를 바란다. 방송경영의 핵심은 콘텐츠이고, 콘텐츠는 결국 인간이 만든다.

연세대 영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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