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국유화와 지방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잇따른 시위로 큰 혼란에 빠졌던 볼리비아 정국이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의 사임 발표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메사 대통령은 6일 대국민 연설에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나의 결정”이라며 “문제의 해결은 모든 사람의 이익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의회가 후임 대통령 선출 과정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의회가 메사 대통령의 사직서를 받아들일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문제는 천연가스였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매장량을 자랑하는 볼리비아의 천연가스는 남미 최빈국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개발 이익으로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미국 등 외국자본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은 지가 20년이 넘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농민, 광부 등 수 만 명의 저소득층은 라파즈 등 주요 도시의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어설픈 시장 개방으로 가스전 개발 이익이 일부 엘리트에게만 돌아갔다”며 “이익이 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국유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러나 외국계 회사들이 국유화할 경우 소송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섣불리 국유화를 추진하지 못했다. 대신 개발 이익에 대한 세금을 현재 18%에서 32%로 올리는 법안을 지난달 16일 통과시켰다.
반면 주요 가스전이 위치한 남동부의 산타 크루즈는 국유화가 이뤄지면 자신들의 소득이 줄어들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재정 자립을 포함한 지방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다급해진 메사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는 2007년 8월 이전에 대선을 치르자고 제안했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각각 거리에 나선 성난 군중들을 다독이지는 못했다.
2003년 10월 부통령 재직 시절 가스전 개발 문제로 촉발된 대규모 유혈사태가 불러온 민중봉기로 축출된 곤살로 산체스 대통령의 뒤를 이었던 메사 대통령도 ‘가스의 덫’에 결려 권력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앞서 3월에도 그는 같은 이유로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나고 의회가 그의 사표를 되돌려 보내 대통령직을 유지했었다.
한편 미주기구(OAS) 연례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호세 미겔 인술사 OAS사무총장은 OAS에서 볼리비아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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