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할 때 심야 라디오 듣던 고교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DJ 전영혁씨가 들려주던 아트록 생각이 많이 나 옛날에 듣던 곡을 다시 꺼내 듣기도 했구요. 그러니 자연 우리 음반에서도 옛 느낌이 나죠.”(고경천) “용돈 받으면 음반가게로 갔어요. LP판을 꼭 까만 봉투에 담아 줬는데, 집에 와서 그걸 꺼내볼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 못하죠. 그런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어요.”(윤준호)
휴대폰에서도 PC에서도 흔하게 흘러나오는 게 음악이 됐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오메가3’의 새 음반 ‘알파비트’에는 음악에 두근거렸던 그 시절이 담겨 있다.
한국 모던록의 맏형인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베이스) 최재혁(드럼)과,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등의 공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던 고경천(키보드)이 만난 프로젝트 그룹이 ‘오메가3’다.
이들의 음반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LP세대, 라디오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밴드 치고 놀라운 점은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 자리를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건반악기가 차지했다.
듣다 보면 ‘킹 크림슨’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분위기가 난다.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표하는 소리인 원시적인 샘플러 ‘멜로트론’을 사용한 까닭이다.
‘멜로트론’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곡 전개는 그 옛날 LP판들 통해 느꼈던 진한 감동 속으로 다시 초대한다. 델리스파이스 멤버가 선보이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걱정도 컸다.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면 어떻게 하나, ‘델리…’에 피해주면 안 된다는 고민도 많았습니다.”(윤준호)
하지만 잘 한 일이었다. 이들의 음반은 오랜만에 귀를 행복하게 한다. 이들은 가급적 컴퓨터 작업을 피한다. 음악에도 ‘손맛’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면 다들 유행처럼 그 프로그램을 따라 써요. 그러니 컴퓨터로 만드는 음악은 다 비슷하지요.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야 하는데.”(최재혁) 말하자면 ‘손맛’이야말로 이들 음악의 키워드다.
음반에는 오래된 느낌과 신선함이 야릇하게도 잘 혼합돼 있다. 타이틀곡은 고경천의 곡 ‘세잎 클로버’. ‘한숨 짓는 도시’ ‘난 이런 노래 합니다’ 등 장난스럽고 진지하고 감각이 번뜩하는 곡들이 제각각의 손맛을 통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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