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키로 한 F-117 스텔스기 15대가 4일께 한국에 들어왔다. 미군은 “훈련용”이라 말하고 있으나 한반도에 선제공격용 전투기를 배치하는 것은 대북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이를 이유로 6ㆍ15공동행사의 규모축소까지 요구하고 나서 스텔스기가 북핵문제 해결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군과 우리 공군은 그동안 훈련차원에서 배치됐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이 순환근무를 함에 따라 주기적으로 한반도 지형에 대한 숙지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군은 실제로 1993년과 96년, 2003년, 2004년 등 4번에 걸쳐 스텔스기를 한국에 배치한 적이 있다.
이번에 들여온 스텔스기는 미국 뉴멕시코주 홀로만 공군기지에 소속된 것으로 약 4개월 동안 한반도에 머물며 훈련을 할 예정이다. 규모도 지난해 14대와 비교해 비슷하다고 한다. 미군이 보유한 스텔스기는 모두 55대로 이 가운데 30%에 가까운 15대가 한반도에 배치됐다.
외신들은 처음부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책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북한에 크게 실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압박책의 일부”라고 지적했으며, 뉴욕타임스는 “미 군사력이 평양과 핵시설에 도달할 수 있음을 김정일에게 분명히 알리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미군은 앞으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고 거들었다.
여기에 북한까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최근 “전쟁 발발을 예고하는 극히 위험한 신호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밝혔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스텔스기 배치는 악랄한 도전”이라며 6ㆍ15공동행사의 규모축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스텔스기의 배치가 대북 압박정책이라는 분석은 최근의 한반도 기류와 맞물려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변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 복귀에 뜻이 없고, 갑작스레 미국의 유해발굴 사업을 중단시키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스텔스기가 주로 선제공격으로 이용돼 왔고 미국이 작전계획 5026 등 다양한 선제적 군사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텔스기의 배치가 바로 대북선제 공격으로 이어진다는 데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군사평론가 김성전씨는 “북한에 대한 기습공격 의도가 있다면 스텔스기를 은밀하게 배치했을 것”이라며 “군사적 측면에서는 미군의 통상적인 훈련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 레이더에 안잡혀…전략표적 선제폭격
F-117 스텔스기는 정면에서 바라보면 삼각형 모습이고 위에서 보면 부메랑처럼 보이고 측면은 일반 전투기와 비슷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형체를 달리하는 특이한 모습은 레이더 노출단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특수도료로 기체외부를 도장한 것은 물론이며 레이더파를 분산시키기 위해 모든 표면을 30도 이상 각이 지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스텔스 기능으로 F-117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적진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전략표적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나이트 호크’로도 불리는 F-117은 1991년 걸프전에 처음으로 등장해 성가를 드높였다. 개전 첫날 바그다드 시내의 통신회사를 폭격한 데 이어 전쟁 기간 1,300여 회를 출격해 통신지령센터 등 주요 목표물 1,600여개를 타격했다.
물론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도 전쟁 초기 주요 통신망과 레이더기지를 궤멸시키는 데 F-117은 핵심역할을 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F-117은 이처럼 전쟁초기 선제폭격(preemptive attack)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거 미 해군의 초저공 침투 장거리 공격기인 A-6E가 담당하던 몫을 이어받은 것이다. 북한이 F-117 스텔스기의 배치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전략적 기능 때문이다.
주로 전장 인근의 기지에 배치돼 작전에 투입되지만 유고슬라비아 코소보 작전 때는 B2기와 함께 미국 본토에서 이륙해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본토로 돌아가는 ‘출퇴근식 공격’에 나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세르비아군의 방공포에 걸려 한 대가 피격됐으나 비밀병기의 노하우를 보호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전으로 탈출 조종사 구출해 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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