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밀리오레가 제 마지막 옷 장사가 될 겁니다.”
8월 완공되는 신촌 민자역사 1~4층에 들어설 쇼핑몰 밀리오레 개관을 앞두고 유종환(48) 밀리오레 사장은 대구·광주 밀리오레와 명동 밀리오레 주차장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자금을 신촌 밀리오레에 투자해 차세대 쇼핑명물로 키운 뒤 자신은 상가 관리에서 손을 떼겠다는 복안이다. 1998~2001년 밀리오레를 전국 체인으로 성장시키며‘밀리오레 드림’을 실현한 그가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만 하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30년간 옷 장사와 상가 개발을 한 유 사장의 인생은 허를 찌르는‘배반의 연속’이었다. 강원 양구군에서 포목점 집 아들로 부유하게 살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서울로 야반도주한 그는 20대를 술로 보내다 니트 장사를 시작했다. 1985년 앙고라가 히트를 쳐 꽤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거래업체가 물건을 빼돌리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리고 말았다. 1990년대 초 상가 개발에 뛰어들었던 것도 실은 “상가 운영자에게 사기당한 게 분해서”였다.
밀리오레는 유 사장이 재래시장의 생리를 역으로 이용해 성공한 사례였다. 동대문에서 백화점 환경을 꾸며놓고 소매장사를 하겠다는 발상부터, 외환위기 때 입점조차 안된 상황이었는데도 길거리에서 무작정 상품권을 나눠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유 사장의 실험과 도전 끝에 밀리오레는 ‘아시아 의류 쇼핑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현대화한 동대문시장에는 젊은이들과 러시아인 보따리 장사들이 밀려왔다. 유 사장은 2001년까지 서울 명동과 부산 대구 수원 광주에서 파죽지세로 체인점을 냈고, 대학 마케팅 강사로 초빙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전도 이어졌다. 퇴점 권한까지 가진 유 사장의 도를 넘긴 상가 관리에 점포주들의 반발이 잇따랐고,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유통은 진화하고, 소비자들의 기호는 빠르게 변합니다. 수년 내 백화점은 사라지고, 명품관 할인점 종합쇼핑몰만 살아 남게 될 겁니다.”
유 사장은 그 변화의 시작을 신촌 밀리오레에서 찾고 있다. 그는 과거 동대문에서 성공신화를 일군‘역전의 용사’들을 다시 신촌 밀리오레로 불러모을 작정이다. 중국 현지 공장들과 연결해 원가를 낮추게 하고, 4~6개 점포를 터서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편집매장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신촌 밀리오레는 현재 50% 정도가 분양됐다.
유 사장은 한달 전부터 매주 1~2차례 명동 밀리오레 본사 옥상에서 직원들과 고기 파티를 연다. 옥상에서 자신이 직접 재배한 상추에 즉석구이 삼겹살을 싸먹으며 즐거워하는 직원들을 보는 것은 유 사장에게 큰 기쁨이다. 그는 “시장이 나를 다시 배신한다 해도 직원들 만큼은 나와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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