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6월 무더위는 펄펄 끓는 가마솥같았다. 우즈베키스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본프레레호가 쿠웨이트에 입성한 5일 오후 5시(현지시각). 비행기 트랙을 내려선 태극 전사들은 사우나같은 뜨거운 열기를 품은 바람이 얼굴에 끼쳐오자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저녁이 가까워오는 시간인데도 숨을 쉬기 조차 어려웠던 것. 섭씨 41도였다.
태극 전사들이 첫 현지 적응훈련을 시작한 6일에는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한낮 기온은 섭씨 45도를 돌파했다. 경기가 열릴 저녁 8시45분께도 섭씨 37,8도를 오르내렸다. 30분 정도 바깥에 있으니 온 몸이 목욕을 한 듯 땀으로 젖었다. 현지 교민들은 “저녁에도 섭씨 37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습도도 낮아 조금만 뛰어도 입술이 마르고 갈증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본프레레호는 이날 저녁 8시부터 쿠웨이트 시티 센터 스타디움에서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가벼운 러닝과 패스게임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문제가 됐던 수비조직력을 점검했고,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의 날카로움을 되살리는 공격 훈련이 1시간여동안 이어졌다. 원정 경기의 불리함과 함께 더위 극복이 최대 과제였다. 본프레레 감독은 “날씨가 몹씨 덥지만 절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 우즈벡전과는 달리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영표(PSV에인트호벤)도 “조직력이 덜 가다듬어졌지만 남은기간 잘 준비를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훈련장에는 쿠웨이트 현지 교민들은 물론 멀리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날아온 교민까지 찾아와 태극 전사들을 격려했다. 쿠웨이트 대사관 관계자는 230명의 교민들과 한국 건설업체 직원 180명 등 모두 400여명이 경기 당일 들어올 붉은 악마 42명과 함께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에 0-3으로 대패한 쿠웨이트는 슬로보단 파스코비치 현 감독의 경질설이 나도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반드시 잡아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살려야 한다는 견해와 사우디전에서 주전이 2명이나 퇴장당해 한국전 출전이 어렵게 된 만큼 한국을 상대로 승점을 챙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엇갈렸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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