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더 이상 이민자의 천국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캐나다로 물밀 듯 쏟아졌던 고학력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못 찾고 헤매거나 형편없는 월급으로 고생하다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엄청난 국토에 비해 인구밀도는 ㎢당 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 캐나다는 낮아지는 출산율로 인구 부족까지 겹쳐지면서 이민자를 국가차원에서 적극 유치해 왔다. 청ㆍ장년층의 부족은 노동력의 위기로까지 받아들여졌다.
캐나다 정부는 이 때문에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 들어오려는 이민자를 막느라 정신 없을 때 이민에 대한 법ㆍ제도적 장벽을 낮췄다. 의사 간호사 기술자 컴퓨터 전문가 등 전문직 관련자를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인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마다 20만~25만 명이 캐나다 행 비행기를 탔다. 현재 캐나다인 6명 중 1명은 이민자로 이는 호주에 이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외형적으로 성공한 듯 보이는 이민자 정책은 그러나 최근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고학력 이민자들이 적절한 직장을 얻지 못해 “실력을 발휘할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졸 이상 이민자 중 25%가 운전사, 공장 노동자, 경비원 등 고졸 학력만 있어도 구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대학에서 강의까지 했던 인도 출신 환경과학자 기안 상하(55)씨는 10년 동안 100여 곳이 넘게 이력서를 냈지만 퇴짜맞고 현재 사무실 서기로 연명하고 있다.
이는 캐나다 사회가 고학력 이민자들의 실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 캐나다는 의사 간호사가 부족한 상태인데도 자격증을 지닌 이 업종 이민자들의 취업을 사실상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쓰지도 않을 것을 왜 데려갔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캐나다 태생과 이민자 출신 간 갈수록 커지는 소득 격차는 더 큰 문제다. 대졸 학력의 남성 이민자의 경우 1980년 대에는 캐나다 태생의 연간 소득의 80% 정도를 벌었지만 현재는 70%에 머물고 있다. 총 소득으로 보면 연 20억불을 덜 벌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전전긍긍이다. 캐나다를 떠나는 이민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다 이런 실상이 알려지면서 캐나다로 가기를 꺼리는 예비 이민자들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 뒤늦게 향후 5년 동안 이민자 재교육과 취업 알선을 위해 2억 5,000만 달러를 쓰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스템은 완전히 끝장났다”며 “이민자들의 능력을 보다 빨리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이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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