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극은 이제 더 이상 성인연극의 하위장르가 아니다. 서울 대학로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국내 첫 아동극 전문극장 ‘사다리 아트센터’에는 낮고 답답한 실내에다 엉성한 소도구로 치장한 백설공주나 뿡뿡이 따위는 없다.
동그라미극장, 세모극장, 네모극장 등 세 공연장 중 첫 개관 테이프를 끊은 동그라미극장에서 ‘하륵이야기’가 본격 아동극의 시대를 알리고 있다.
개관작으로 3일부터 공연 중인 아동극단 ‘뛰다’의 이 작품은 3년 전 첫 선을 보인 뒤 국내 창작 아동극의 인기 레퍼터리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작품. 공연장인 200석 짜리 극장 안은 우선 3층 높이의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만으로도 동심을 충분히 매혹시킨다.
페트병, 콜라병 등 생활 폐품을 이용해 만든 10여종의 창작 타악기, 민요 동요 등 갖가지 음악 장르가 경극에 버금가는 환상적 효과를 자아 낸다. 여기에 북청사자놀음과 안동하회탈 등 전통 연희 양식을 동원한 연기가 다양한 조명 효과와 어우러져 TV매체 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판타지를 창출해 낸다.
한 가정에 한 자녀가 시대 추세로 자리 잡아 가는 요즘, 이 극은 하나밖에 없는 자식 키우기란 어떤 것인지를 넌지시 은유한다. 보호자로 따라 온 어른들도 웃다, 박수치다 극에 빠져드는 이유다.
끝 모르는 하륵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결국 부부가 하륵에게 먹힌다는 대목에서 관객들이 일연 숙연해 지는 것은 피빛 조명과 번개 소리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마당극 양식을 원용, 배우들의 드나듦이 자유로운 것도 특징이다. 무대 왼쪽 6인의 악사 중 한 명으로 악기를 연주하다 극중 상황에 따라 무대에 들어 와 인형을 조종하며 꼬마 하륵을 연기하는 이지연(29). “아직 열악한 국내 아동극 상황에서 이런 공간이 생겼으니 어른 관객도 적극 참여하는 공연 형식의 놀이 아동극 시대가 본격 개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요섭 작ㆍ연출.7월 14일까지.
이 곳은 일종의 복합 문화 공간이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중인 세모극장(220석), 네모극장(270석)도 입임박한 개관을 기다리고 있다. 내부 개조를 모두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세모극장에서는 극단 사다리의 ‘완희와 털복숭이 괴물’ 등이, 네모극장에서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강아지똥’ ‘꼬방꼬방’ 등이 개관작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7월16~21일에는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극협회) 주최로 ‘서울예술축제’를 치러낼 예정이다. 덴마크 영국 호주 짐바브웨 등 6개국에서 온 아동극단이 참가, 세계 아동극의 현재를 보여주게 된다.
공연장을 나서면 아이들은 책 잔칫상을 받는다. 지난 4월 이후 예림당, 배틀북, 한솔교육, 웅진, 비룡소, 시공주니어 등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들로부터 기증 받은 어린이책 3,000여권이 1층과 3층의 로비에서 기다린다. 극에 빠져 소리 질러대던 어린이들은 여기서 책을 들춰 보며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개관식은 17일 오후 3시 (02)382-5477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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