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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백악관서도 밀려나

입력
200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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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NID)의 파워게임은 끝났다.’

미국 정보기관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1쪽짜리 백악관 메모가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6월13일자)에 공개됐다. 5월2일 작성된 메모는 1947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된 이래 정보의 최고 정점에 있던 CIA의 위상추락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메모에 따르면, 신설된 국가정보국(NID)의 존 네그로폰테 국장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토안보회의(HSC)에 정기적으로 참석한다. 포터 고스 CIA 국장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두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을 조율하는 회의에 CIA 국장이 과거처럼 정기 참석하지 못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참석한다는 의미다.

타임은 이를 워싱턴 정가 용어로는 “우리를 부르지 말라. 우리가 당신을 부르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일했고 NSC 관련 책을 쓴 데이비드 로스코프도 “CIA국장 권한의 명백한 쇠퇴”라며 “회의실에 없다면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고스 국장은 줄곧 CIA 권한축소설을 부인해왔다. 이번 메모에 대해서도 제니퍼 밀러와이즈 CIA 대변인은 “고스 국장은 회의에 참석해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체면치레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메모는 고스 국장이 대통령에 대한 1일 정보브리핑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에 이은 CIA 위상추락을 시사하는 두 번째 증거로 평가된다. 타임은 “워싱턴 정가의 큰 변화들은 종종 펜으로 몇자 끼적거린 것에서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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