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타당탕탕…’
6일 오후 4시 광주 동구 금남로. 느닷없이 전남도청 쪽에서 ‘탕’ 하는 한 방의 총성과 함께 요란한 총소리가 잇달아 터져나왔다. 길 가던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청을 향해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혹시 그때처럼 또 일이 터진 건 아니겠지?” 잔뜩 긴장해서 달려간 시민들의 눈 앞에 도청 앞 광장은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과 비명소리로 얼룩져 있었다.
“컷!”
마이크를 통해 짧은 외침이 흘러나오자, 1980년 5월의 악몽을 떠올렸던 시민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BC정치드라마 ‘제5공화국’ 제작팀이 5ㆍ18 당시 광주의 상황을 재현한 것이었다.
이날 촬영된 장면은 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와 5월 27일 도청진압작전 상황. 촬영현장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60대 초반의 한 남자는 “그랬지. 내가 그때 시위대에 있었는데 꼭 저랬어. PD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을까. 아무튼 가슴이 아프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말대로 촬영현장은 그날의 생생함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실제 5ㆍ18 당시와 같이 시계탑과 부처님오신날 기념 현수막, 시위버스, 장갑차, 군용트럭 등이 다양한 ‘소품’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날 다시 드라마 무대로 변한 전남도청 앞 광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탐탁치만은 않았다. 그동안 5ㆍ18을 소재로 금남로 등지에서 촬영된 영화 ‘꽃잎’이나 드라마 ‘모래시계’ 등이 5ㆍ18의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광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5ㆍ18이 또 다시 눈요깃감이나 시청률 올리기 수단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촬영현장을 떠나면서 던진 한 시민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5ㆍ18이 그날의 진실은 외면당한 채 단지 볼거리로 가볍게만 다뤄진다면 영영 ‘미완의 역사’로 남을지 모른다.
안경호 사회부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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